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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법적 근거 없다" 공개 비판...충돌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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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법적 근거 없다" 공개 비판...충돌 현실화

입력
2021.05.04 18:22
수정
2021.05.0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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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입장 내고 '공소권 유보부 이첩' 정면비판?
"공수처, 법 근거 없이 새 형사절차 창설한 것"
공수처도 재반박... "대통령령에 준하는 규칙"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대검찰청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법적 근거가 없고, 새로운 형사 절차를 창설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검찰과 공수처가 사건 처리 절차 규정을 두고 정면 충돌하는 국면이 또다시 현실화한 것이다.

대검은 4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을 담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체계와도 상충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대검에서 가장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건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다. 공수처는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 등에 넘길 때, 기소 여부 판단 권한은 공수처에 남겨 두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도 가능하도록 한 조항을 사건사무규칙에 담았다. 대검은 그러나 기존 형사사법체계에서 이첩이란 사건 전체를 주고받는 것이지, 사건과 관련한 권한(수사권, 기소권 등)을 쪼개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은 기존 법체계에서 한참 벗어난 개념이라는 것이다.

대검은 또, 공수처에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할 권한이 없는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사건 처리와 관련한 규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 후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을 한 뒤, 서울중앙지검에 사건 기록 등을 송부하도록 했다. 대검은 이에 대해 “법률상 근거가 없다.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공소권이 없는 공수처가 사실상 기소 여부를 모두 결정한 뒤, 검찰에서 기능적으로만 기소를 하도록 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대검은 아울러, 사법경찰관이 검사 등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할 경우 체포, 구속,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위한 영장을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신청하도록 규정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대검은 “(이 조항은) 형사소송법과 정면으로 상충할 뿐만 아니라 사건 관계인들의 방어권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영장 신청은 검찰에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비판이다. 특히 경찰의 영장 신청에 대한 각종 견제 장치(보완수사요구, 영장심의위원회)도 모두 검찰에 있기 때문에, 공수처에선 경찰의 영장 신청을 받을 권한과 법적 지위가 보장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대검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이 충분한 협의가 없이 만들어진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대검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 규칙인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국민의 권리, 의무 또는 다른 국가기관의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규정했다”며 “이는 우리 헌법과 법령 체계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무상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검은 “향후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각자 법률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국가의 반부패 대응 역량 유지, 강화에 함께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협의의 길을 열어 뒀다. 하지만 공수처가 먼저 제안한 공수처, 검찰, 경찰 등 3자 간 수사협의체는 한 차례만 열린 뒤 그 이후로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앞으로 협의 테이블이 마련돼 이견이 조율되지 않는 한,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들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대검 입장에 대해 즉각 재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위 검사에 대한 사법경찰관의 영장 신청을 공수처에 하는 건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엔 “대검 주장은 검사 비위에 대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라는 뜻으로 검사 비위 견제라는 공수처법에 반한다”고 맞섰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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