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 쓰러진 딸 보고도 아들과 모바일 게임
쓰러져 맥박 없자 "5회 때렸다 하자" 은폐 시도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20대 계부(왼쪽)와 친모. 연합뉴스
여덟 살 딸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계부 A씨가 학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살인의 고의성은 부인했다. 그는 딸이 숨지기 전 2시간 넘게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데도 모바일 게임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오전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27)씨의 첫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상습아동학대와 상습아동유기·방임과 살인 혐의의 사실관계를 인정한다”면서도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부인한다”고 밝혔다.
A씨 부인 B(28)씨의 변호인도 “일부는 인정하지만 일부는 부인한다”며 “공소사실을 다시 정리한 뒤 피고인에게 설명해 다음 공판기일에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올해 3월 2일 인천 중구 운남동 한 빌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 C(8)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C양은 얼굴·팔·다리 등 몸 곳곳에 멍 자국이 난 채 사망했고,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온몸 여러 부위에 손상이 있고, 뇌 손상 여부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냈다. C양은 사망 당시 영양 결핍이 의심될 정도로 야윈 상태였다. 몸무게는 또래보다 10㎏가량 적은 15㎏ 안팎으로 추정됐고 기저귀를 사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이날 법정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학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A씨 부부의 학대는 2018년 1월 시작됐다. C양이 냉장고에서 족발을 꺼내 방으로 가져간 뒤 이불 속에서 몰래 먹고는 족발 뼈를 그냥 버렸다는 이유로 1시간 동안 양손을 든 채 벽을 보고 서 있게 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C양에게 반찬 없이 밥만 주거나, 하루이틀 동안 식사나 물을 전혀 주지 않고 굶기기도 했다. 이후 올해 3월 초까지 거짓말을 한다거나 대소변 실수를 했다며 주먹과 옷걸이 등으로 온몸을 때렸고, 엎드려뻗치기를 시키는 등 35차례 학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이틀 전에도 밥과 물을 전혀 주지 않았으며, B씨는 딸이 옷을 입은 채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속옷을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키기도 했다. 이후 그는 2시간 동안 딸의 몸에 있는 물기를 닦아주지 않고 방치했고,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C양을 보고도 A씨는 아들 D(9)군과 거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부는 아이가 쓰러지자 은폐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뒤늦게 C양을 방으로 옮겨 인공호흡을 시도했으나 맥박이 희미해지자 평소 학대할 때 사용한 옷걸이를 부러뜨려 베란다 밖으로 버렸다. 이어 B씨에게 “다섯 차례 정도 때렸다고 하자”면서 입을 맞추기도 했다.
B씨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C양과 D군을 낳았고 이혼한 뒤 2017년 A씨와 혼인, 최근 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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