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해상교량으로 연결된 신안 임자도
지난 3월 '1004섬'을 자랑하는 신안에 또 하나의 해상 교량이 개통됐다. 최북단 임자도가 지도읍과 2개의 다리로 연결돼 차량으로 갈 수 있게 됐다. 교량이 2개인 까닭은 지도와 임자도 사이에 있는 수도라는 작은 섬을 거쳐가기 때문이다. 임자도(荏子島)는 들깨가 많이 나는 섬이라는 의미다. 이름은 ‘깨알섬’인데 풍광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넓고 광활하다.
봄철 임자도를 찾는 여행객은 대부분 화사한 색상의 튤립을 보는 게 주요 목적이다. 축제장에 심은 50종, 600만 송이의 튤립이 색의 향연을 펼치지만 올해는 예외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애써 심은 꽃을 싹뚝 잘라내고 축제도 접었다. 연륙교 개통으로 관광객이 몰릴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축제장 바로 옆이 대광해수욕장이다. 섬이라서 아담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광’이라는 명칭 자체가 크고 넓다는 의미다. 전국에서 가장 긴 12㎞의 백사장을 자랑한다. 물이 빠지면 해변 폭은 300m까지 넓어진다. 단단한 모래사장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해변을 거니는 여행객도 모래알처럼 작아진다. 끝없는 모래사장과 얇게 번지는 파도, 수평선 부근에 아른거리는 작은 섬이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해변 입구에 일렬로 질주하는 말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해변은 넓고 사람은 적다 보니 일부를 해변승마공원으로 운영한다. 27필의 말로 실내 강습도 하지만, 말몰이꾼이 동행하는 해변 승마체험은 1시간 10만 원이다. 큰맘 먹지 않으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튤립공원과 승마공원 주변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차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이 아직 미개발 지역으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섬 남쪽의 어머리해변은 대광해수욕장과 대비되는 아담한 해변이다. 왼쪽 끝머리가 두 개의 검은 바위 봉우리로 막혀 있어 마을은 이흑암리, 바위 사이 해식 동굴은 용이 승천한 곳이라 해서 ‘용난굴’로 불린다. 이곳 역시 단단하고 고운 모래해변으로 얕은 파도가 밀려든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해변 정취를 즐기기 그만이다. 다만 해변까지 가는 도로의 일부 구간은 좁은 농로여서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섬 북측 오른쪽 끝머리의 작은 어촌마을인 전장포항은 새우젓으로 유명하다. 임자도 근해에서 잡은 새우를 뭍으로 가져가자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새우잡이 어선이 모이고, 새우젓을 판매하는 시장이 형성되면서 성장한 어촌이다. 전장포 새우젓은 근해에서 음력 5~6월에 잡은 새우를 바로 소금에 절여 섭씨 5도의 저온에서 짠맛과 비린내가 없어질 때가지 장기간 숙성시켜 만든다고 한다. 1970년 주민들이 만든 길이 100m, 4개의 토굴은 마을의 자랑이었지만 지금은 기능을 상실한 채 형태만 남아 있다.
말굽 모양으로 바다가 둥글게 파고든 한적한 포구의 정취도 그만이지만, 그보다 전장포까지 가는 해안도로에서 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건너편 섬까지 차진 갯벌이 끝없이 펼쳐지고, 반대편은 섬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넓은 들판이 이어진다. 들깨가 주종을 이뤘을 들판에 요즘은 대파와 양파가 푸르름을 자랑한다. ‘깨알섬’에서 보는 광활한 풍경이다.
임자도까지 차로 가려면 무안광주고속도로 북무안IC를 이용하면 무난하다. 수도권에서는 영광과 무안 해제면을 연결하는 칠산대교를 이용하면 조금 더 가깝다. 2019년 말 개통한 해상 교량으로, 다리 남단 도리포는 조용하게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포구 반대편에는 솔숲이 울창한 송계해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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