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당내 민주주의 강화'를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친문재인계가 당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당내 다양성을 회복하겠다는 뜻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확인된 '당심과 민심의 먼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다.
송 대표는 3일 “당내 민주주의를 더 강화시키고 국민과 소통을 확대해 민심을 받드는 민주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송 대표의 발언엔 뾰족한 표현이 전혀 없지만, 가시가 들어 있다. 친문계를 민주주의·민심과 대척점에 놓고 '독점한 권력의 일부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에 대거 포진한 친문계를 설득해 '원팀'을 이룰 수 있을지가 송영길호의 명운을 가를 것이다.
당내 민주주의 강화는 '소수 의견 존중' 뜻
송 대표가 당대표 경선 때부터 강조한 당내 민주주의 강화는 '소수 의견을 듣고 존중하는 정당으로의 개혁'을 뜻한다. 그는 지난달 한국일보와의 당대표 후보 인터뷰에서 "당내에서 다른 의견을 꺼내지 못하게 말문을 막으니 당장 2030세대부터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것"이라며 "쓴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목소리가 거침없이 나올 수 있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송 대표 생각이다. 그는 3일 기자회견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강화돼야 민심이 당내 토론에 반영돼 당의 자기 교정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올 것을 ‘민주당만 모르고 있었다’는 지적도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당내 민주주의 확보 방안으로 송 대표는 “2030세대 의견부터 경청하고, 의원들 워크숍에서도 쓴소리를 경청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상처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송 대표가 이날 단행한 당직 인선의 코드도 '탈계파'다. 당대표 비서실장엔 재선 김영호 의원을 대변인에 초선 이용빈 의원 등 인선하는 등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을 기용했다.
엇갈리는 반응... 친문계 받아들일까
민주당의 비주류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그간 친문계 일색이어서 이견 표출이 쉽지 않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국 전 장관 등은 비판해서는 안 되는 성역으로 선을 긋고, 선을 넘으면 ‘문자 폭탄’을 보내 압박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어 "국민 비호감을 유발한 편협한 문화를 일신하자는 송 대표의 일성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내 다양성 강화가 친문계의 주도권 약화를 뜻하는 만큼, 친문계가 쉽게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강성 친문계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김용민 최고위원은 3일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근거 없음이 확인됐다”며 검찰·언론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위기 탈출의 해법을 두고 송 대표와 김 최고위원의 생각이 180도 다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송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송 대표 중심으로 원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당정청이 함께 변화할 수 있도록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고 이용빈 대변인이 전했다. "송 대표가 화합적인 분이시니, 잘 하실 거라 믿는다"며 신뢰의 뜻도 보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친문계가 '형식적 인사'로 볼지, '송 대표를 따르라는 지령'으로 볼지에 따라 이후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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