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없이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 일파만파
이광범 대표 사의, 홍 회장 장남 홍 상무 보직 해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지난달 30일 오전 압수수색을 한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연합뉴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내용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킨 남양유업의 대표와 기획마케팅총괄 본부장이 줄줄이 직을 내려놨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4일 대국민 사과를 한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이 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본사 대강당에서 입장 표명을 한다고 3일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메시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국민 사과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홍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2019년 외조카 황하나씨의 마약 사건 이후 세 번째가 된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는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임직원에게 사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아직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홍 회장의 장남이자 기획마케팅총괄 본부장이었던 홍진석 상무는 지난달 중순 보직해임됐다. 이번 사태와 함께 회삿돈 유용 의혹도 보직해임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발표 당일 남양유업의 주가는 8% 이상 뛰었고, 일부 편의점과 마트에선 불가리스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가 임상시험이나 동물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주가 부양을 노린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질병관리청도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비판이 커지자 남양유업은 "발표 과정에서 세포 실험 단계에서의 결과임을 설명했으나 인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할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사과드린다"며 곧바로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같은 달 15일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 및 고발조치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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