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야권의 구애 전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별의 순간'을 맞이한 윤 전 총장이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야권 내 권력 지형이 달라질 터. 국민의힘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각각 맞춤형 구애 전략을 펴고 있다.
①윤석열의 멘토 자처… '배짱' 김종인
1년 전까지 대선 후보 명단에 윤 전 총장의 이름은 없었다. 지금은 '윤석열의 시간'이다. 3월 초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다.
윤 전 총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무언(無言)의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건 김종인 전 위원장이다. 올해 초 윤 전 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이 왔다"는 헌사를 한 것도 김 전 위원장이었다.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이 밀착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김 전 위원장은 먼 거리에서 정치적 훈수를 두며 '윤석열의 멘토'를 자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로 능력을 입증한 만큼, 윤 전 총장이 자신의 훈수를 흘려듣기 어려울 거라는 '배짱' 전략으로 읽힌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국민의힘으로 가지 말고 제3지대에서 김 전 위원장의 손을 잡아야 대선에서 이긴다'는 것이다. "파리가 많이 모일 거다"(3월),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된다"(4월)는 발언에 김 전 위원장의 속내가 들어 있다.
②'조직 우세' 자신감 넘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의 윤 전 총장 영입 전략은 '자신감'으로 축약된다. 대선을 치르려면 막대한 비용과 조직이 필요한 만큼, 윤 전 총장이 현실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자신감의 근거다. 201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이 약 500억 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420억 원, 국민의당이 460억 원을 지출했다. 공식 선거 비용은 정당 의석수에 따라 지급되는 국가보조금으로 충당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제3지대에서 국민펀드 모금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대선은 국가보조금이나 정당 재정의 도움 없이 개인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선거"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느긋하다. 국민의힘이 야권 후보 단일화 플랫폼의 주도권을 쥐는 게 먼저라고 본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당 쇄신을 통해 지지율을 먼저 끌어올린 후 윤 전 총장 영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③눈높이 전략?… 몸 낮춘 안철수
안철수 대표의 전략은 '몸 낮추기'다. 안 대표는 과거 대선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신 자신의 시행착오를 내세워 "윤 전 총장을 도와드리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달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정치권에 처음 들어오면 잘 모를 수밖에 없는데, 조언을 드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권 관계자는 "안 대표도 윤 전 총장처럼 정치 입문 전부터 신드롬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았지만 고전했다"며 "솔직함을 앞세워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은 윤 전 총장 몫이다. 누구와 손잡느냐에 따라 대선 레이스의 결과가 달라질것이다. 다만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 행보를 시작하는 시점이나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한 적이 없다"며 여전히 조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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