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보 이용해 세종시 토지 투기 혐의
대북 전단 살포는 서울경찰청에 수사팀 편성
국수본부장 "박상학 신변 보호 거부하고 잠적"
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는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차관급인 전직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수본을 이끄는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A 전 청장의 구속영장을 지난달 30일 신청했다고 밝혔다. 국수본 고위 관계자는 "검찰에서 기록을 검토 중"이라며 "영장을 신청할 만한 사안이라 판단했고, 검찰 및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행복청장으로 재임하던 2017년 4월 말 세종시 연기면 눌왕리에 배우자 명의로 토지 2필지(2,455㎡)를 구입했고, 퇴임 4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 말에는 세종시 연서면 봉암리 토지 622㎡와 함께 이곳에 지어진 경량 철골 구조물을 매입했다. 두 지역은 2018년 8월 스마트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된 후 같은 해 9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와촌리·부동리와 맞닿아 있는 곳이다. 행복청은 세종시 도시계획 수립 등을 최종 집행하는 기관이어서, A씨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특수본이 이날 현재 내사 및 수사 중이거나 완료한 인원은 2,00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199명은 검찰에 송치됐고 129명은 '혐의 없음' 등으로 입건 혹은 송치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1,678명은 계속 내·수사 중이다. 2,006명을 신분별로 살펴보면 민간인이 1,609명으로 가장 많고, 지방공무원 147명, 국가공무원 78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60명, 지방의원 48명, 지방자치단체장 11명, 국회의원 5명, 고위공직자 4명 등이다.
경찰은 지난달 말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에 수사팀을 편성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남 본부장은 "실제로 대북 전단을 매단 풍선을 날렸는지, 그랬다면 어떤 시점과 장소에서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확인되면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달 25~29일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경기·강원 일대에 대북 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5,000장을 대형 풍선 10개에 달아 북한으로 날렸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표는 북한 이탈 주민으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았으나, 최근 스스로 이를 거부한 뒤 잠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남 본부장은 "신변보호조가 배치돼 있었지만 본인이 거부하고 이탈해 잠적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이때 전단을 살포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변 보호는 당사자가 거부한다면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날 김창룡 경찰청장이 '대북 전단 살포를 엄정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이 구체적 수사지휘권 발동 아니냐는 질문에 남 본부장은 "접경지역 주민의 신체에 대한 위기가 우려돼 경찰청장으로서 일반적 지휘권에 근거해 신속·철저히 수사해 엄정 조치하자는 취지의 지시"라고 설명했다. 국수본은 경찰청 산하 조직이지만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경찰청장은 일부 예외적 사안을 제외한 개별 사건에 대해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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