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로 경주 정착 박송안씨
직접 개발 '콩씨' 캐릭터로 감사일기장 디자인
대도시생활을 청산하고 한적한 마을에 정착한 30대가 자신이 개발한 캐릭터로 디자인한 ‘감사일기장’을 펴냈다. 주인공은 경북 경주시 양동마을 인근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박송안(32)씨.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2년 전부터 경북도가 정착금 지원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티켓을 잡으면서 이곳에 정착했다.
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우울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보건소와 협업했다”며 “‘감사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설계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 큰 보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기장은 190쪽 분량이다. 매일 한 장씩 채워 나간다면 6개월가량 쓸 수 있는 일기장이다. 매 쪽에는 박씨가 개발한 캐릭터, ‘콩씨’가 앙증맞게 자리를 잡고 그날의 이야기를 듣는다. 박씨는 “단순 일기를 넘어 흥미를 느끼도록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옷을 입혔다”며 “각자의 이야기가 5개 주제로 펼쳐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 다섯 주제는 △마법의 콩을 심는 시간 △감사와 함께하는 하루 △날마다 변화하는 삶 △감사의 열매가 맺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마법의 기적 등이다.
박씨가 개발한 콩씨는 콩 씨앗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씨앗이 나무가 돼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주 원산의 캐릭터로, 지역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이미 지역에선 유명인사다. 콩씨 캐릭터를 활용한 옷과 에코백까지 나왔을 정도다. 또 이달에 ‘경주 콩씨’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출시된다.
박씨는 “단순히 감사일기를 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성자들이 스스로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며 “빈 일기장을 펼쳤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의무감에 일기를 쓰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박씨가 감사일기장을 기획한 것은 직접 감사일기를 쓰면서 느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하루 생각해 보니 감사한 일이 노트에 다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많더라”며 “감사일기를 적으면서 나도 모르는 내 자신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씨가 경주시보건소와 경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로부터 감사일기장 제작을 의뢰받았을 때 지체 없이 동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씨가 디자인한 일기장은 보건소의 각종 치유 프로그램에 활용되는가 하면 그의 카페를 찾는 이들에게 제공된다.
대학 졸업 후 대구지역 한 디자인 회사에 다녔던 ‘차도녀’ 박씨는 농촌생활 예찬론자로 변신했다. 양동마을에 카페와 작업실을 차린 뒤 그 어느 때보다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다는 그다. 박씨는 “각박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 농촌에서 살다 보니 그간 못 보고 지나친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많은 이들이 콩씨 감사일기장으로 그 느낌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