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이해하면 소비자가 보인다"
현대百, 성격·행동유형 진단·간편보고시스템 도입
도전가·성취가·완벽주의자 등 9가지 유형
롯데물산, 휘뚜루마뚜루 아이디어 제안제도 신설
유통업계가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조직문화를 바꾸는 파격실험을 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기업 내에서도 MZ세대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직원 간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심리진단 프로그램인 ‘에니어그램(Enneagram)’을 운영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처럼 자신의 성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존중 받기 원하는 특성을 반영해 새로운 소통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성격 및 행동 유형은 화합가·도전가·열정가·신뢰가·통찰가·예술가·성취가·조력자·완벽주의자 등 총 9가지로 구분된다. 현대백화점은 각 성격 유형을 대표하는 특징 키워드와 행동 특성, 강점은 물론 스트레스 관리법, 각 유형별 상사 또는 후배사원과의 대화법 등을 사내 인트라넷에 공유하고 있다. 성격 및 행동 유형은 원하는 사람이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한 임원은 “성격 및 행동 유형을 설정한 직원과 일할 때는 이를 고려해 업무를 배분하고 대화법도 그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밖에 ‘간편보고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동안 사용한 460여 개의 보고서 양식을 실용적으로 대체했다. MZ세대가 정형화된 양식에 맞춘 보고를 어려워하고 휴대폰 메시지를 전달하는 손쉬운 방식을 선호하는 점에 주목해 창의력이 넘치는 이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롯데물산도 신입사원부터 경영진까지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물산은 최근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MZ세대가 기탄없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문화 프로그램 ‘휘뚜루마뚜루’ 아이디어 제안제도를 신설했다. 젊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명칭부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해치우는 모양’을 뜻하는 휘뚜루마뚜루로 친근하게 바꿨다. 반응은 뜨거웠다. 시행 3주 만에 총 80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이렇게 모인 아이디어를 사원과 대리급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 12명이 평가해 최종 10건을 선정했다.
MZ세대 이해=소비자 이해
이처럼 기업 내 소통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는 MZ세대의 의견이 곧 소비자를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자기계발과 회사의 발전을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는 이들의 특성을 이해하면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 내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MZ세대와의 융화를 통한 조직 발전 측면도 있다. 주로 임원급인 베이비붐(1955~69년생)세대·X세대(1970년대생)와 실무경험은 부족하지만 트렌드에 밝은 MZ세대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세대별·개인별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각 세대의 다양한 가치관과 우선 순위를 융합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직원들은 다름에 대한 수용력과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조직 문화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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