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의 헌법 개정에 대한 여론이 찬성 쪽으로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퇴진 후 이념적 색채가 옅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에서 개헌에 대한 거부감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주요 신문이 헌법기념일인 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개헌 찬성 및 반대 비율은 요미우리신문(56% 대 40%), 아사히신문(45% 대 44%), 마이니치신문(48% 대 31%) 모두 찬성 쪽이 앞섰다. 최근 몇 년간 반대가 많거나 찬반이 팽팽하던 것과는 달라진 결과다.
신문들은 코로나19 사태, 중국의 안보 위협, 아베 전 총리의 퇴진 등으로 여론이 바뀐 것으로 분석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재난·감염 확대 등 비상사태 시 정부 책임과 권한에 대해 헌법을 개정하고 조문에 명기하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은 59%로 절반을 넘긴 반면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개별 법률로 대응하면 된다”는 37%에 그쳤다. 중국 해경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인근에 자주 나타나는 것을 일본의 안보 위협으로 느낀다는 의견이 “매우”(66%)와 “다소”(29%)를 합쳐 95%에 달했다.
개헌에 적극적이던 아베 전 총리가 물러난 것은 개헌 반대론이 줄어든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방위력 향상을 꾀하는 아베 전 총리는 전쟁 포기를 선언한 ‘헌법 9조’를 폐기 또는 수정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마이니치가 지난해 4월 “아베 총리 재임 중 개헌”을 물었을 때 찬성 36%, 반대 48%로 올해와 정반대였다. 다만 헌법 9조에 관한 한 아사히신문의 올해 조사에서 “바꾸지 않는 쪽이 좋다”가 61%, “바꾸는 쪽이 좋다”는 30%였다.
이런 가운데 스가 총리는 3일 자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올가을로 예상되는 중의원선거 때 자민당 공약으로 개헌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며 “골자가 되는 몇 개의 중요 정책 중에 넣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민당은 오는 6일 중의원 헌법심사회에서 개헌을 위한 첫 단계인 국민투표법 개정안 가결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 선거와 마찬가지로 상업시설이나 전철역에서도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자민당은 다음 달 16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중 국회 심의 일정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 개헌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발의되며,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해야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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