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송중기는 없다... "첫 악역, 가장 신나게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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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송중기는 없다... "첫 악역, 가장 신나게 연기"

입력
2021.05.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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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빈센조'서 이탈리아 마피아 빈센조 역
중국 비빔밥 PPL 논란에 "실망한 분들께 사과"

드라마 '빈센조'로 첫 악역 연기에 도전한 배우 송중기는 "새로운 도전이 최고의 즐거움을 줬고, 내 생각에 변화를 가장 많이 줬다"고 말했다. 하이스토리디앤씨 제공

"네가 고통스러우면 그걸로 됐어". 사내는 러시아 마피아들이 적을 처단할 때 쓴다는 고문 기구 '속죄의 창'으로 잔인하게 상대의 숨을 끊는다. 피투성이가 돼 까마귀의 먹이로 던져진 이는 정계와 검찰과의 카르텔로 온갖 비리를 숨기고, 노동자를 학살해 온 바벨그룹 회장 장준우(옥택연).

뽀얀 얼굴을 한 배우의 이마엔 상처가 나 있다. 배우 송중기는 드라마 '빈센조'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이탈리아 마피아 빈센조를 연기했다. 그는 "액션보다 이탈리아어 연기가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tvN 제공


"더 잔인하게" 데뷔 후 첫 악역

"정의는 나약하고, 공허하다". 배우 송중기는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이탈리아 마피아 고문변호사 빈센조 역을 맡아 악을 악으로 처단하는 광기를 선보였다. 2007년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으로 데뷔한 이후 처음 선보인 선 굵은 악역 연기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과 '태양의 후예'(2016)를 비롯해 영화 '군함도'(2017)에서 바른생활청년을 주로 연기했던 배우의 반전이다.

"감독, 작가님과 처음 미팅을 했을 때까지도 확신이 없었어요.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갇혀 있었구나'라고 깨달았고, 그 틀이 와장창 깨졌죠." 3일 화상으로 만난 송중기는 "이제껏 작품 활동하면서 가장 신나게 연기했던 캐릭터"라며 힘줘 말했다.

드라마 '빈센조'에서 빈센조(앞줄 왼쪽 네 번째· 송중기)와 함께 악덕 기업과 싸우는 금가프라자 사람들. tvN 제공

지난 2일 종방한 '빈센조'는 뼈 있는 풍자 드라마였다. 노동자의 백혈병 투병을 둘러싼 산업재해 그리고 "썩은 사과는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먹으면 되지만, 조직은 그럴 수 없다"며 검찰 개혁에 날을 벼렸다. 송중기는 "빈센조 캐릭터는 판타지였지만, 드라마 속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현실과 가깝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력의 꼭대기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권력자들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법 테두리를 벗어나 사적 복수로 이뤄졌다. 이 과정이 '속 시원했다'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폭력적이라 불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중기는 물러서지 않았다. "20회 대본 나왔을 때 내부에서도 잔인하다, 아니다로 의견이 갈렸어요. 하지만 전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더 세게 나가도 되지 않나 싶었고요. 극악무도한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처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보다 이탈리아어 선생님이 더 무서워"

송중기가 어려워한 건 "이탈리아어 연기"였다. 그는 "감독님보다 이탈리아어 선생님이 더 무서웠다"며 "이탈리아어 선생님 옆에서 계속 연습했는데 중부 발음과 억양을 표현하기가 어렵더라"며 웃었다.

코믹 누아르란 장르에서 웃음을 살리기 위해 진땀도 뺐다. 송중기는 극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무속인 여림 도령 연기도 했고, 비둘기 '인자기'와 신경전도 벌였다. 여림은 송중기가 '성균관 스캔들'에서 연기한 구용하 선비의 호. 그는 "여림 도령을 연기할 때 너무 웃겨서 소름이 돋았다"며 "비둘기 이름은 이탈리아 유명 축구선수였던 필리포 인자기에서 따왔고, 비둘기가 예민해 비둘기 컨디션 맞춰 가며 조심스럽게 촬영했다"며 넉살을 부렸다.

숱한 패러디로 화제를 모았지만, '빈센조'는 중국 비빔밥 간접광고(PPL)로 홍역을 치렀다. 송중기는 "실망한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외적인 논란이 생겨 드라마 내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나영석 PD 예능프로그램 '출장 십오야'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 드라마 '빈센조'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직접 섭외했다. tvN 방송 캡처


나영석 PD 섭외한 '송반장'

송중기는 동료들 사이 '송반장'으로 불렸다. "직접 배우들 커피뿐 아니라 식사도 챙기고"(적하 스님·리우진), "스태프까지 돌보며"(래리강·김설진) 촬영장을 이끌었다고 한다. 촬영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 '출장 십오야' 섭외 아이디어도 직접 냈다. '빈센조'에서 늘 정장만 쫙 빼 입고 나온 송중기는 이날 야구 모자를 눌러쓴 채 편안한 차림으로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달 말부턴 영화 '보고타' 촬영을 한국에서 시작해요. 1990년대 콜롬비아에 이민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코로나19로 현지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서요. 그간 제작이 중단돼 여러 사람의 상심이 컸는데, 어려운 시국에 어떻게든 잘 마무리하려고요."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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