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르망 "강대국의 백신 이기심은 피해로 되돌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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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르망 "강대국의 백신 이기심은 피해로 되돌아갈 것"

입력
2021.05.03 04:30
수정
2021.05.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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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한국일보와 단독 화상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기 소르망 전 프랑스 파리정치대 교수. 스카이프 캡처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특허)을 면제하는 게 옳습니다. 모든 나라가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게 해야죠. 우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초기에 있을 뿐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불평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재권을 면제해 더 많은 나라가 백신을 만들어 접종할 수 있게 하자는 요구가 커지면서 관련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7일 세계적 석학이자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77) 전 프랑스 파리정치대 교수와 단독 화상 인터뷰를 통해 백신 불평등 문제를 비롯해 코로나19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대처방안 등을 들었다.

소르망 전 교수는 현재 인도, 아프리카 등에서 퍼지는 코로나19가 결국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가 봐 왔듯이 코로나19는 국경을 뚫고 퍼지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극복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나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는 의미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신 강국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기심에 일침을 날렸다. 그는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은 어느 한 나라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비록 자신의 나라가 백신을 다 맞고 집단면역이 된다 해도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진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백신 지재권과 관련해서는 "면제하는 게 옳다"고 단언하며 "최대한 빨리 더 많은 나라들이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재권 면제는 백신 개발 회사들이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유럽이 백신 접종을 늘리고 있음에도 사망자가 여전히 많은 것과 관련해 소르망 전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고 접종을 시작한 이후 사람들이 감염 확산에 대한 경계심을 놓아 버린 것이 문제가 됐다"며 "계속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백신 때문에 사람들이 코로나19가 곧 끝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게 된 것은 모순"이라며 "현재까지는 아직도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이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신여권 도입에 대해서 소르망 전 교수는 "개인 사생활 침해, 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있지만 매우 실용적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며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더 많은 나라들이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물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백신여권을 통해 사람들이 더 많이 이동할 것이고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백신여권 사용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의 방역 성공을 평가하면서도 '감시사회'라는 특징이 영향을 줬다고 했던 소르망 전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의 방역 전략은 지난해 큰 성과를 얻었지만 올해는 백신 수급 측면에서는 아직 충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빛을 발했던 방역이 절대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며 "방역은 답을 찾아가는 여러 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경제가 나빠지지는 않고 있지만 코로나19는 전 세계 각 나라로 하여금 국경을 닫게 만들었다"며 "물자와 사람의 교류 측면에서 볼 때 코로나19 이전처럼 국경이 열리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이 끝날 때까지는 파도가 여러 번 칠 것이기에 경제가 확실히 회복됐다고 말하는 건 섣부르다"며 "블루칼라 일자리,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자리는 어느 정도 사라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사회·경제적 양극화도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셸 푸코의 과거 성착취를 폭로한 것과 관련, "난 이미 20년 전에 폭로를 했는데 그때만 해도 이건 범죄라는 인식이 없어서 사람들이 그냥 듣고도 무시했다"며 "미투(Metoo) 운동의 영향으로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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