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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뚫고 희망 솟아라" 서울에 뜬 호크니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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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뚫고 희망 솟아라" 서울에 뜬 호크니의 태양

입력
2021.05.02 15:15
수정
2021.05.02 17:3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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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케이팝스퀘어 대형 LED 스크린에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신작 영상이 공개됐다. 연합뉴스

1일 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케이팝스퀘어 대형 LED 스크린에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신작 영상이 공개됐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밤,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 해가 떠올랐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케이팝스퀘어 대형 LED 스크린 속 디지털 시계가 2021년을 의미하는 오후 8시 21분(20시 21분)이 되자 광고가 멈췄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스크린 위로는 노란 해가 떠오른다. 어둠은 숨고, 사위가 밝아온다. 해는 점차 크기를 키우더니 폭죽 터지듯 사방으로 빛을 발한다. 화면은 온통 노란빛으로 채워진다.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Remember you cannot look at the sun or death for very long)'는 문구가 그 위로 뜬다. 영국 출신 세계적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84)가 전 세계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첫 공개된 이날 영상의 제목이기도 하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형 스크린에 펼쳐질 나의 작품과 마주할 모든 이들이 이를 경험하기를 바란다." 호크니는 해가 천천히 떠오르는 장면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대봉쇄에서 풀려나기 시작하는 전 세계에 봄날의 도래를 알린다. 거장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듯 호크니가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아이패드로 제작한 2분 30초짜리 애니메이션이다. 서울을 비롯한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도쿄의 옥외 스크린에서도 이 작품이 공개됐다. 상업 광고를 잠시 중단하고, 예술 작품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선보이는 글로벌 공공 미술 프로젝트 서카(CIRCA) 일환이다.

CIRCA를 설립한 영국의 예술가 조셉 오코너는 이날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호크니는 해돋이 작품을 통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가는 이 시점에 야외에서 작품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갤러리에 가지 않거나 호크니를 모르는 사람도 일상에서 작품을 만나는 것이 공공예술의 의의"라고 덧붙였다.

CIRCA는 매달 다른 예술가를 섭외해 각국 스크린을 통해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작가도 참여한다. 오코너는 "지금 이 시대를 조명하고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아이디어나 상상력을 가진 작가들과 협업해 나가려고 한다"며 "8월에는 한국 작가의 작품을 각국 스크린에서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에서는 5월 한 달간 매일 오후 8시 21분이면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세계 5개 도시 외 밀라노, 마드리드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국내 협력 기관으로는 CJ파워캐스트와 바라캇 컨템포러리가 참여했다.

호크니는 회화와 드로잉, 판화뿐 아니라 사진과 뉴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거장이다. 2018년 회화 '예술가의 초상'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019억 원에 판매되면서 작품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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