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영화 '저스티스 리그' VOD 열풍... 무슨 일 있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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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영화 '저스티스 리그' VOD 열풍... 무슨 일 있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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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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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작에서 명작 부활 '잭 스나이더' 버전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2017년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와 완연히 다른 영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저스티스 리그’(2017)의 감독은 ‘300’(2007) 등으로 유명한 잭 스나이더다.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저스티스 리그’를 자신의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나이더뿐 아니다. 할리우드 관계자나 영화 팬들도 마찬가지다. 엔딩 크레디트에 스나이더가 이름을 올렸는데도, 그를 감독이라 부르지 못하는, 기이한 현실이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3월 18일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마치 영화 ‘기생충’이 개봉 4년 만에 ‘봉준호의 기생충’이라는 이름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는 격이다. 한데 예전엔 냉랭했던 영화 팬과 평단은 환호하고 있다. 국내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서는 주간 순위 1, 2위를 오간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관람 여부가 진정한 영화 팬을 가르는 지표로 통하기까지 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어두운 정서를 지니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①‘조스티스 리그’ 된 ‘저스티스 리그’

‘저스티스 리그’는 DC코믹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DC의 슈퍼히어로가 집결했다. 슈퍼맨이 세상을 떠난 이후를 그린다. 우주 악당 스테픈울프가 악마군단을 이끌고 강력한 수호자가 사라진 지구를 노린다. 그는 행성마저 파괴할 수 있는 ‘마더 박스’ 3개를 모아 지구를 정복하려 한다. 위험을 감지한 배트맨(벤 애플렉)이 원더우먼(갈 가도트)과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플래시(에즈라 밀러), 사이보그(레이 피셔)와 손잡고 대처에 나선다.

스튜디오 워너 브러더스 관계자들은 스나이더의 완성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두운 기운이 서려 있는 데다 자체 시사 평점까지 낮았다. ‘어벤져스’ 시리즈 1, 2편으로 유명한 조스 웨던 감독이 긴급 투입됐다. 스나이더와 웨던이 함께 작업하며 개선점을 찾도록 했으나 무게중심은 웨던에게 있었다. 스나이더는 딸 어텀이 갑작스레 숨진 직후라 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손을 뗐다. 웨던은 각본을 손 보고 재촬영을 했다. 스나이더가 촬영한 분량 중 10%만 활용했다. 음악감독 정키XL마저 내쫓고 대니 엘프먼을 불러들였다. 영화는 웃기고 화사해졌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전 세계에서 6억5,500만 달러(한국 관객 178만 명)를 벌었으나 워너 브러더스에는 실망스러운 수치였다. 완성도에 대한 불만이 많기도 했다. 2시간 동안 변죽만 울린다는 평이 따랐다. 웨던의 이름을 따 ‘조스티스 리그’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워너 브러더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처럼 슈퍼 히어로 세계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DCEU)’를 만들려던 계획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저스티스 리그'처럼 슈퍼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우주 악당의 지구 정복을 저지한다는 내용을 그린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②돌아온 아버지, 눈물의 헌정

반전은 팬들이 만들었다. 스나이더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스나이더판 ‘저스티스 리그’를 공개하라는 온라인 청원을 냈다. 애플렉과 가도트 등 출연 배우가 지지를 나타내며 힘을 보탰다. 지난해 5월 스나이더는 ‘저스티스 리그’를 재편집해 워너 브러더스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HBO맥스 등을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편집에는 7,000만 달러가 추가로 들어갔다. 스나이더는 음악감독 정키XL을 다시 불러들였다. 일부 장면은 재촬영했다. 웨던이 촬영한 장면은 아예 배제했다. 화면비율 4:3을 채택해 가로를 줄였다. 웨던의 억지 유머는 사라지고, 스나이더의 의도대로 영화의 정서는 다시 어두워졌다. 캐릭터들의 사연을 풍부하게 보여주며 인물의 깊이를 더했다. 상영시간은 4시간 2분으로 두 배가 늘었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어텀 스나이더를 기리며’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앨리슨 크로우가 절규하듯 부르는 ‘할렐루야’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영화는 세상을 먼저 떠난 딸에게 바치는 헌사가 됐다.


상영시간이 4시간이 넘는데도 영화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3월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워너 브러더스에 2억6,600만 달러의 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에는 공개되자마자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VOD 주간 박스오피스 1위(4만9,037)에 올랐다. 이후 주간 순위 2위를 이어오고 있다. 워너 브러더스는 열풍에 발맞춰 흑백 버전까지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웨던 대신 오명을 뒤집어썼던 스나이더의 화려한 귀환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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