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의회 연설·국무부 인권 관련 성명 비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6일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2일 미국을 겨냥한 담화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의회 시정연설에 대해 "큰 실수를 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북한 인권에 대한 비판에는 "우리의 최고 존엄(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독했다"고 발끈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발표한 직후에 나온 것으로 잇단 대미성명을 통해 불만을 드러낸 동시에 미국과의 밀고 당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美, 가까운 장래에 어려운 위기 겪을 것"
북한은 이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겨냥해 "미국 집권자가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연설하면서 또다시 실언을 했다"며 "확실히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stern deterrence)를 통해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권 국장은 "미국이 아직도 냉전시대의 시각과 관점에서 시대적으로 낡고 뒤떨어진 정책을 만지작거리며 조미관계(북미관계)를 다루려 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노동당 외곽 청년단체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제10차 대회 폐막식에서 참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인권 걸고 넘어지며 최고 존엄 모독"
아울러 미국이 자국 인권 상황을 비판한 것에 대한 담화도 발표했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 국무성 대변인은 우리가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역조치를 인권유린으로 매도하다 못해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을 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최고 존엄을 모독한 것은 우리와의 전면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로, 앞으로 우리가 미국의 새 정권을 어떻게 상대해줘야 하겠는가에 대한 명백한 답변을 준 것으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북한인권단체와 탈북자단체 등이 주관한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국경 무단 침입자에게 사살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점점 더 가혹한 조치들에 경악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북한의 담화들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 발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유지된다"며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grand bargain)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을 요구한다"고 대북정책의 골격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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