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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3년… 정신 못 차린 성폭력 美 주의원

입력
2021.05.03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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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후 109명 주의원 性비위 제기돼
최근 두 달 사이 주의원 4명 현직에서 물러나

애런 폰 엘링거(오른쪽) 미국 아이다호주 주의원이 지난달 28일 보이즈 주의회 청사에서 열린 윤리의회정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에게 제기된 성비위 관련 문제에 답변하고 있다. 보이즈=AP 연합뉴스

애런 폰 엘링거(오른쪽) 미국 아이다호주 주의원이 지난달 28일 보이즈 주의회 청사에서 열린 윤리의회정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에게 제기된 성비위 관련 문제에 답변하고 있다. 보이즈=AP 연합뉴스


애런 폰 엘링거 미국 아이다호주(州) 의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현직에서 물러났다. 19세 여성 인턴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뒤 자신의 아파트에서 성폭행했다는 혐의가 제기되고 주의회 윤리위원회가 무보수 정직을 권고한 뒤 내린 결정이다. 폰 엘링거 의원은 공화당 소속 38세 정치인이었다.

하루 전 피해 여성이 위원회에 나와 직접 증언까지 했지만 그는 잘못을 부인했고, “성적 접촉은 합의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유권자를 효과적으로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둔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1주일 전에는 미주리주 주의원 릭 뢰버가 자신의 자녀들을 수년간 육체적,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주장이 믿을 만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동료 주의원들은 자진 사임을 수용하지 않고 투표를 거쳐 그를 제명했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미주리주에서 주의원이 제명된 첫 사례였다.

미국 주의회 의원들의 성(性)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 AP통신은 2017년 ‘미투(#Me Tooㆍ성폭력 고발)’ 운동 이후 3년 반 동안 40개 주에서 최소 109명의 주의원에게 성비위나 성희롱 혐의가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의혹이 제기된 주의원 중 43명은 사퇴하거나 제명됐고, 42명은 주요 보직을 상실했다.

앞서 3월에는 노스다코타주 루크 시몬스 공화당 의원이 의사당에서 여성들을 협박하고 성희롱 한 혐의로 기소된 뒤 제명됐다. 같은 달 오리건주 디에고 에르난데스 민주당 의원도 여성들에게 적대적 일터를 만들고 성희롱을 한 혐의로 제명 투표가 진행되려 하자 사임했다.

미투 운동 이후 미 연방의회와 주의회, 행정부에서는 성범죄와 관련된 대책과 조치들이 쏟아졌다. 정부와 민간 영역의 성희롱, 학대,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과 결의안이 각 주의회에서 통과된 것만 75건이 넘는다. 또 대부분의 주의회가 소속 의원들에게 성 문제 예방 교육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제도는 허술하고 정치인들의 성폭력 무신경도 여전하다. 폰 엘링거 의원 성폭력 논란이 일었던 아이다호 주의회의 경우 공식적으로 성 문제 관련 교육을 채택하지도 않았다. 아이다호 주의회 일라나 루벨 민주당 원내대표는 AP에 “만약 의회가 공식적으로 정책을 제정했다면 ‘의원은 직원들에게 데이트를 신청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켈리 디트머 럿거스대 미국여성정치센터 연구책임자는 “이런 기관들은 하룻밤 사이에 바뀌지 않는다”며 “미투 운동은 이런 문제를 환하게 드러나게 했지만 깊이 뿌리내린 문제를 고치는 데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는 여성 보좌진의 성적 괴롭힘 폭로와 사퇴 압박이 이어져도 버티는 민주당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도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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