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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특허 포기 고심하는 美 정부… 백악관 내부서도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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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특허 포기 고심하는 美 정부… 백악관 내부서도 찬반 '팽팽'

입력
2021.05.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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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당국자에 어려운 이슈"
민주당에서도 의원끼리 의견 엇갈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AFP 연합뉴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적용 중단 여부를 두고 미국 정부 내에서도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끝내려면 하루 빨리 특허를 포기해 백신이 골고루 퍼져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고민만 깊어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백신 지재권 관련 사안을 보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개발도상국이 자체적으로 백신을 신속히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재권 적용 면제를 옹호했다. 타이 대표 역시 “아직 정보를 모으고 있다”면서도 지재권 일부 면제를 지지할지 검토 중이라고 주변에 알렸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우선 미 상무부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소속 일부 당국자는 경쟁국에 지적 재산을 건네주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이들은 또 백신 제조사가 늘어날 경우 희소한 백신 원료를 둘러싼 경쟁이 심해져 오히려 백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본다. 차라리 현재 지재권을 보유한 업체들이 필요한 나라에 백신을 기부하는 게 팬데믹 해소에 더 효과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신문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우선시하면서도, 외국의 감염 상황이 계속 나쁘면 결국 미국에도 위험이 될 것임을 아는 당국자들에게 백신 지재권은 어려운 이슈”라고 분석했다.

지난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150개 단체가 모인 '남아공 인민백신 캠페인' 회원들이 백신 지재권 보호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케이프타운=EPA 자료사진

지난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150개 단체가 모인 '남아공 인민백신 캠페인' 회원들이 백신 지재권 보호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케이프타운=EPA 자료사진

백신 지재권 면제 문제는 개발도상국에서 백신이 부족해 선진국과 접종 격차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코로나19 백신ㆍ치료제 관련 특허 규정 적용을 일시 면제해줄 것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안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달 27일에는 그간 공식 언급을 피해오던 백악관도 세계적인 백신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검토 가능성을 언급하며 급 물살을 탔다.

그러나 제약업계의 반대 벽을 넘긴 쉽지 않다. 제약업체들은 지재권을 풀면 팬데믹이 끝난 이후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백악관에 경고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 러시아와 같은 나라들이 미국민의 엄청난 세금으로 개발된 백신 기술을 알아내려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제약업계가 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정치권에 로비도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백악관 내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진보파는 정부가 부당하게 제약업계의 편을 들어준다고 주장하지만, 지재권 적용을 중단하면 당장 미국 내 백신 공급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한 당국자는 WP에 “기업 재산 보호가 임무인 이들은 지재권 적용 면제에 반대하고,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수용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미 민주당 내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단일대오를 이루지 못했다. 하원 세출위원회 위원장인 로사 드로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백신 지재권 적용 중단을 옹호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끼친 피해를 되돌려 글로벌 공중보건 지도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를 회복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소속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재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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