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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나이를 먹는다” 백내장ㆍ녹내장 차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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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나이를 먹는다” 백내장ㆍ녹내장 차이점은?

입력
2021.05.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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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나이 관련 안과 질환인 백내장과 녹내장의 차이점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의외로 많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표적인 나이 관련 안과 질환인 백내장과 녹내장의 차이점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의외로 많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백내장과 녹내장은 대표적인 나이 관련 안과 질환이다. 하지만 그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백내장과 녹내장을 대해 알아본다.

◇백내장, 노화가 주원인…연간 65만 건 수술 ‘1위’

백내장이라고 하면 얼핏 눈동자가 하얗게 덮이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실제 백내장(cataract)의 어원은 ‘하얀 폭포수가 눈 속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의 라틴어 ‘카타락타(cataracta)’에서 유래했다.

다만 백내장으로 눈동자가 하얗게 보이려면 정말 심한 말기에나 가능하다. 또 검은 눈동자, 즉 각막에 섬유 혈관성 조직이 자라서 들어오는 익상편(pterygium)과도 구분된다.

백내장이란 눈 속의 한없이 투명하고 말랑말랑한 m&m 초콜릿 혹은 렌틸콩 모양의 수정체가 다양한 원인으로 하얗게 변하는 병이다. 외부에서 유입된 빛이 제대로 투과하지 못하므로 백내장이라면 시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다. 대개 50대 이후 발병하고, 70대 이후에는 적지 않은 비율로 수술이 요구된다.

다만 50대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미약한 백내장이 발견되면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다. 이 밖에 흡연ㆍ자외선 등이 수정체의 단백질을 변성시켜 백내장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상ㆍ포도막염ㆍ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ㆍ당뇨병 등도 백내장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백내장 수술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다. 연간 65만 건이 넘는다. 그만큼 백내장은 수술로 비교적 완벽히 치료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주요 수술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노인 백내장’ 수술 건수는 54만8,064건, 40대 이하에서 발생하는 초로 백내장, 연소 백내장 등 기타 백내장 수술은 10만4,717건이다. 2019년 전체 수술 건수 199만6,261건의 33%에 달한다.

황형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국내의 경우 많은 환자가 백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기에 실명할 때가 많지 않다”며 “다만 심각한 전신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못하거나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있고, 이들의 경우 수술 난이도가 비교적 높기에 드물게 실명을 겪는 환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황 교수 “백내장은 노안과 다르다. 백내장은 질환이고, 근거리가 잘 안 보이는 노안(조절력 저하)은 나이가 듦에 따라 발생하는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라며 “노안 증상을 개선하겠다고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것은 안과의나 환자 모두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했다.

◇녹내장, 3대 실명 질환…시신경 손상이 주원인

녹내장이라고 하면 눈이 녹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실제 녹내장의 어원과 관련해 급성 녹내장의 경우 안압이 상승해 눈동자 색깔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사실 녹내장, 즉 ‘글로코마(glaucoma)’는 옅은 청록색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글라우코스(glaukos)’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눈동자 색깔이 푸르게 변하는 녹내장은 거의 없다.

녹내장은 주로 안압 상승에 의해 시신경이 서서히, 그리고 만성적으로 손상되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종국에는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안구 표면만 관찰하는 간단한 안과 진료만으로는 녹내장을 진단할 수 없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재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녹내장은 특히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보통 안압은 10~21㎜Hg가 정상 수치이지만, 그 이상이 되면 높아진 안압으로 인해 시신경이 눌리고 허혈이 생기면서 녹내장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시신경 구조가 약하거나 혈액 순환 장애가 있으면 안압이 높지 않더라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이러한 병 원인의 ‘정상 안압 녹내장’이 녹내장 환자의 상당수다.

녹내장 환자는 주변 시야부터 손상돼 점점 시야 손상이 중심부로 확대된다. 따라서 초기에는 증상이 없고, 병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돼야 자각 증상이 생긴다. 하지만 이 경우 치료 효과가 높지 않고 실명에 이를 수 있으므로 특히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요하다.

◇백내장, 수술이 근본 치료법…노안과 구분해야

백내장의 궁극적인 치료법은 수술뿐이다. 진행을 늦추는 경구 약과 점안 약이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남은 수정체낭에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이다. 최근 인공 수정체와 관련된 광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 수술 시 근시ㆍ원시 교정은 물론, 난시를 교정하거나 다양한 정도의 노안을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안과 영역에서 가장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는 것이 인공 수정체 분야다.

황형빈 교수는 “백내장으로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정도로 시력 저하가 생기면 병원을 찾아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완전한 노안, 즉 조절력을 잃어버리는 나이는 60세 전후이므로 그 이전에 심하지 않은 백내장을 시력 개선 혹은 노안 증상 개선 목적으로 수술하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백내장 수술은 숙련된 안과의에게는 비교적 시간이 짧게 끝낼 수 있지만 매우 정밀한 술기가 필요한 만큼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녹내장, 조기 발견ㆍ치료해야 실명 예방

녹내장이 생기면 모두 실명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결코 실명하지 않는다. 녹내장은 정상 범위의 안압을 유지해 시신경을 보호하는 약물 점안 치료를 주로 한다. 급성 녹내장의 경우 안압을 내리는 안약을 점안하고 안압 강하제를 복용하는 등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다. 국내에 많은 정상 안압 녹내장 역시 안압을 떨어뜨리는 점안제를 꾸준히 사용하는 치료가 주를 이룬다. 경우에 따라 녹내장 레이저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황 교수는 “시신경을 보호하기 위해 점안하는 녹내장 약은 다양하고 평생 점안해야 할 때가 많아 다양한 약 부작용을 겪게 된다”며 “올바른 약을 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숙련된 녹내장 전문의에게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점안 약으로 녹내장 진행을 늦출 수 없으면 수술해야 한다. 섬유주 절제술이나 녹내장 밸브 삽입술은 안압 강하 효과가 입증돼 지금도 널리 시행되는 교과서적인 수술법이다. 하지만 수술 후 합병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에는 미세 침습 녹내장 수술이 활발히 시행돼 점안 약 사용을 최소화해 안압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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