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한일관계 속 소통 없어
미국이 대중국 견제 차원의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한일관계 개선은 여전히 더딘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합동참모본부 의장 회담에서 원인철 합참의장과 일본의 통합막료장(우리의 합참의장 격) 간 양자회담이 이번에도 불발됐다.
냉랭한 한일관계에 따른 소통이 없기는 외교분야도 마찬가지다. 다음 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일 외교장관 간 회담 성사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외교부는 30일 정의용 장관의 G7 회의 참석을 발표하면서 주최국인 영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인도와의 양자회담 계획만 언급했다.
日 초계기 위협비행 후 등 돌린 한일 합참의장
30일 합참에 따르면 한미일 3국 합참 의장이 하와이에서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3국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원 의장은 이날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야마자키 고지(山崎幸二) 일본 통합막료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밀리 의장은 "한국과 일본을 모두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철통 같은 공약과 미국이 모든 군사능력을 동원해 확장 억제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야마자키 통합막료장은 북한의 도발을 제재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완벽한 이행을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원 합참의장은 30일(현지시간) 밀리 합참의장과 1대 1로 만나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한다. 그러나 야마자키 통합막료장과의 별도 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다. 한일 합참의장은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위협 비행 사건이 발생한 2018년 12월 이후 단 한 차례도 마주 앉지 않았다.
美 중재 노력에도 앙금 가시지 않아
이날 한미일 합참의장 회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첫 대면 회담이란 상징성과 지난달 미 국무·국방장관의 한일순방 후 열린 회담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에서 '한일 안보협력 강화'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방부는 2+2회담 직후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가 있지만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며 이례적으로 '한일 안보협력 강화' 의지를 밝혔다.
그럼에도 한일 합참의장 간 양자회담이 불발된 것은 양국이 여전히 앙금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2018년 말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한 자위대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과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조치 등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다. 일본도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둘러싼 신경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 등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취임 후 통화도 안 한 한일 외교장관
한일 외교 수장들은 취임 후 전화통화도 나누지 못한 상황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은 지난 2월 취임한 정 장관과의 전화통화를 두 달 넘게 거부하고 있다. 이에 다음 달 4, 5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리는 G7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또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의 첫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정 장관의 출국을 앞둔 시점에도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외교부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나 한일 외교장관 회담 일정은 여전히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측은 "(미국, 영국 등을 제외한) 다른 참여국들과도 양자회담 가능성을 협의 중에 있다"며 막판 성사 가능성은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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