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이 좋지 않은 투구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불펜 방화로 행운의 시즌 2승은 날아갔지만 빅리그 무패 행진은 이어갔다.
김광현은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팀의 4-3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5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던지면서 1실점 했다. 7개의 안타를 허용했지만 안정적인 투구로 볼넷 없이 실점을 최소화하며 버텼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4.15에서 3.29로 좋아졌다.
행운의 선발승도 챙기는 듯했다. 0-1로 끌려가던 5회말 2사 1ㆍ2루에서 자신의 대타로 나간 맷 카펜터가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을 쳐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어줬다. 특히 상대 우익수 로먼 퀸이 넘어가는 공을 점프해 글러브에 넣었다가 떨어뜨리며 만들어준 홈런이었다. 하지만 불펜이 2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김광현의 승리도 날아갔다.
이날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안타를 허용할 정도로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다. 일단 구속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90.4마일(약 145㎞), 평균 89마일(약 143㎞)을 찍었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던 지난 25일 신시내티전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삼진과 땅볼을 유도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1회 2사 1ㆍ2루, 2회 2사 3루에서 삼진을 잡으며 불을 껐다. 3회 2사 1루에서 리얼무토에게 2루타를 맞고 1실점했지만 후속 타자를 2루 땅볼로 유도했다. 4회 1사 1루에서는 1루 주자를 견제로 잡아내기도 했다.
경기 후 김광현은 “경기 전 몸을 풀 때는 컨디션이 괜찮았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볼이 많았다. 다행히 위기를 잘 넘겨 1실점으로 마무리했다. 팀이 이겨서 기쁘다”고 밝혔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의 대타 교체에 대해 어차피 6회에 다른 투수로 교체할 예정이었고 말했다. 실트 감독은 “투구 수가 이미 84개였고, 6회 첫 타자가 (김광현을 상대로 안타 2개를 친) 리얼무토였다”면서 “김광현이 다음에는 일반적인 휴식을 취하고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광현은 오는 6일 뉴욕 메츠전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MLB닷컴은 이날 김광현의 투구에 대해 “견고한 투구 내용”이라고 평가했고 CBS스포츠는 “84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헛스윙 10번을 끌어냈다”라고 짚었다. 리그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야디에르 몰리나가 없는 상황에서도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보복 투구 의혹’도 나왔다. 9회말 세인트루이스 공격에서 2사 후 놀런 에러나도가 필라델피아 마무리 헥터 네리스의 투구에 어깻죽지 부근을 맞았다. 94마일(약 151㎞) 짜리 강속구였다. 네리스의 이 투구는 보복구 성격이 짙었다.
전날 경기에서 필라델피아의 브라이스 하퍼, 디디 흐레호리위스가 사구를 맞았는데, 특히 하퍼는 97마일(약 156㎞) 직구에 얼굴을 맞았다. 실트 감독은 보복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했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선 "깔끔한 보복구였다"고 인정했다. 머리 쪽으로 향하지 않은 신사적인 보복구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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