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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회장이 살해됐다… 악마의 저주가 내린 걸까

입력
2021.05.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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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대만 영화 '영혼 사냥'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대기업 회장이 의문 속에 죽자 검사 량웬차오는 수사를 자임하고 나선다.

대기업 회장이 의문 속에 죽자 검사 량웬차오는 수사를 자임하고 나선다.


대만 영화 '영혼 사냥'.

대만 영화 '영혼 사냥'.

대기업 회장 왕시충(사무엘 구)이 살해된다. 자택에서다. 그의 죽음은 기이하다. 그가 숨진 방의 문에는 이상한 문양이 거칠게 새겨져 있다. 왕시충 옆에는 아내 리얀(순안케)이 쓰러져 있는데, 손에는 흉기가 들려있다. 하지만 유력 용의자는 왕시충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복잡한 사생활에 괴로워하던 어머니 탕수첸(장바이쟈)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복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됐다. 탕수첸은 숨지기 전 밀교에 빠져 남편에게 저주를 내리곤 했다. 탕수첸의 저주가 아들을 통해 실현된 것일까.

①의문의 죽음, 의문의 인물들

검사 량웬차오(장첸)가 수사에 착수한다. 암환자인 량웬차오는 병가를 취소하고 복직해 형사인 아내 아바오(천닝창)와 사건을 파헤친다. 말기 암환자였던 왕시충의 젊은 아내 리얀부터 수상쩍다. 리얀은 왕시충의 회사가 운영하던 복지시설 출신이다. 왕시충과 어떻게 만나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 알 수 없다. 리얀이 머물던 방에는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영상에 남겨진 리얀의 행동 역시 의심스럽다. 자다가 발작을 하고,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소리친다. 탕수천이 리얀에게 빙의하려 했고, 리얀이 이에 저항하려 한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왕시충의 유언장도 이상하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할 사람으로 리얀과 왕시충의 오랜 친구 완 박사(리밍슌)가 지정돼 있다. 량웬차오는 과거 기사를 찾아 읽다가 완 박사와 탕수첸이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안다. 치정관계가 왕시충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리얀은 왕시충의 죽음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량웬차오의 아내 아바오는 형사다. 부부는 합심해 살인사건의 실체를 쫓는다.

량웬차오의 아내 아바오는 형사다. 부부는 합심해 살인사건의 실체를 쫓는다.


②반전에 반전 그리고 반전

130분 동안 반전이 이어진다. 경찰은 왕시충 아들의 행방을 추적해 그를 검거하는데, 기이한 일은 여전히 계속된다. 리얀이 탕수첸처럼 행동을 하고, 리얀과 완 박사의 관계도 의심쩍다. 이성관계가 복잡다단한 완 박사는 친구의 재산을 노리고 주도 면밀하게 살인사건을 기획한 것일까. 친구가 화장에 눈물을 쏟는 그의 모습은 위선에 불과한 것일까.

량웬차오는 아픈 몸을 이끌고 무리하면서 수사를 하다가 정신을 잃고 며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다. 병원은 임상실험 중인 첨단 치료법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량웬차오는 힘겹게 투병과 수사를 병행해 간다. 아내 아바오가 병구완을 해주며 곁을 지키는데, 괴이한 사건이 또 벌어진다. 완 박사가 집에서 리얀을 죽이려고 했고, 리얀이 겨우 도망쳤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완 박사는 정말 간계하고도 악랄한 인면수심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 만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량웬차오는 삶과 도덕 앞에서 고뇌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량웬차오는 삶과 도덕 앞에서 고뇌한다.


③삶과 죽음에 대한 묵직한 질문

시간 배경은 2031년이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했듯 의학도 발달했다. 왕시충은 새로운 바이오 연구로 부를 축적해 보험업에 진출하는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엄청난 부를 쌓고도 시한부인생을 살아야 했다.

왕시충의 반대편에는 량웬차오가 있다. 힘들게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로서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사랑하는 아내는 최근 임신까지 했는데, 그의 삶은 얼마 남지 않았다. 왕시충과 량웬차오는 살고 싶은 욕망이 그 누구보다도 강하다. 영화는 두 사람을 병치시키고, 주변사람의 욕망을 포개면서 미스터리를 빚어간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는 반개)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설정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종반부에 가까워도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한때 한국에서도 청춘 스타로 인기를 모았던 배우 장첸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말기 암환자로 머리는 빠지고, 몸은 깡 말랐다. 설마 장첸일까 의문이 강하게 들 정도다.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 장첸의 연기만으로도 볼 만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관객 88%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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