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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찬스, 자사고, 그리고 ‘강남’ 일반고

입력
2021.05.03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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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교나 직장을 부모 찬스로 들어가면 불공정 반칙이라는 게 우리 국민의 규범적 확신이다. 다른 건 몰라도 교육과 취업에서 부모 찬스를 동원하는 불공정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평등주의 정서다. 자사고는 부모의 돈으로 살 수 있는 100% 부모 찬스 대입 명문고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 능력주의 교육관과 정의감에 배치된다. 부잣집 아이들만 다닐 수 있는 자사고가 25년도 못 버티고 2025년 일반고 강제전환을 앞두게 된 배경이다.

물론 우여곡절이 있었다. 촛불혁명 분위기 속에서 2017년 대선 후보 전원은 자사고 일괄 폐지를 공약한다. 실망스럽게도 문재인 정부는 입학전형의 특권 제거와 철저한 재평가에 의한 자사고 고사전략을 선택한다. 2019년 2차 재평가를 통해 전북교육청이 상산고를 탈락시키며 분위기를 달구고, 서울교육청도 재평가 대상 13개 자사고 중 8곳을 취소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인기 자사고들은 그대로였다. 2차 재평가 국면을 거치면서 점진고사 경로가 일괄 폐지 경로보다 정치적 부담이 덜하지 않음이 확인됐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교육 분야 부모 찬스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한층 더 강화됐다. 급기야 정부는 2019년 11월 일괄 폐지 방침으로 선회하고 2020년 2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근거조항을 삭제한다.

이에 맞서 자사고 학교법인들은 행정소송으로 재지정 탈락 조치를, 헌법소원으로 근거조항 삭제 조치를 다투는 중이다. 올해 들어 행정법원은 서울교육감의 평가기준 변경에 '절차적' 흠이 있다며 줄줄이 탈락 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선 재판부가 계급적 편향과 선호를 중립적 절차 논리로 포장한 거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자사고의 명줄은 헌법소원이 쥐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과연 학교 교육을 부모의 돈으로 살 수 없는 최대 평등 영역으로 남겨놓자는 사회적 합의를 존중할 것인가? 나는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첫째, 학교 교육에서 부모 찬스를 최대한 억제하는 정책방향이 헌법적으로 정당해서다. 둘째, 자사고가 한시적 특례 학교라는 사실이 법문법상 명확해서다. 셋째,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로 자사고가 한시적 사명(교육과정 다양화)을 다해서다.

끝으로 남는 질문 하나. 2025년 3월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고 나면 과연 교육에서 부모 찬스가 발붙이지 못할까? 그렇지 않다. 서울 등 대도시의 부촌 1번지, '강남'의 일반고들이 모두 부모 덕에 다니는 100% 부모 찬스 학교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남' 일반고에 내재된 불공정성은 어떻게 완화해야 할까? 교육계는 이 질문과 맞서야 한다. 피할 수 없다.



곽노현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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