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도쿄올림픽 개최를 걱정하는 민감한 일본 여론을 잘못 건드렸다. 최근 “긴급사태선언은 올림픽 개최와 무관하다”는 발언이 비판을 받자, 이를 만회하려는 듯 일본인의 정신력을 치켜세우다 “올림픽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이 빌미가 됐다. 네티즌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데 정작 ‘올림픽이 극복 대상이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바흐 위원장은 일본 정부와 도쿄도, 대회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와 가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5자 대표 온라인회의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일본 정부가 결정하고 도쿄도가 요청한 긴급사태선언을 존중한다”면서 “일본이란 나라를 지키려는 근면한 정신을 매우 칭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사회는 연대감을 갖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끈기가 강하고, 주저앉지 않는 정신을 갖고 있다"면서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역경을 극복해 왔다. 올림픽을 극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헌신적인 노력으로 유례없는 도전을 해 나가고 있다”고 일본을 한껏 치켜세웠다.
도쿄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일본 여론을 감안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반발을 부르고 말았다. “올림픽도 극복이 가능하다”는 부분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 기사를 공유한 네티즌들은 “올림픽이란 전쟁이나 천재지변 같은 건가?” “우리 일본인은 코로나가 아니라 올림픽을 극복해야 하는 거냐”라면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쿄올림픽을 무리하게 개최하려고 하는 것은 중계권료 등 IOC의 이권 때문이라며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굳이 올림픽을 극복할 필요는 없다. 중지하는 것만으로 다 해결된다” “자신들의 이권밖에 머릿속에 없는 무리” “개최 결정권을 갖고 있는 IOC가 중지하지 않는 것은 일본의 코로나 확산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것과 같다”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방송 출연자들도 바흐 회장의 발언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29일 TV 아사히 아침 방송인 ‘하토리 신이치의 모닝쇼’의 다마가와 도오루씨는 바흐 위원장의 발언에 “(일본인이) 끈질기든 아니든 바이러스가 저절로 없어져 주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일본 내의 감염 상황은 일본인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이야기란 것을 알고서 하는 말이냐”라고 되물었다. 같은 날 후지TV의 '바이킹MORE'에 출연한 개그맨 이와오 노조무씨도 "바흐 위원장은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 '주저앉지 않는 정신'을 말한 것 같지만, 일본인은 그 정도까지는 (그런 정신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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