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료 공개로 의혹 해소커녕 논란만 가중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올해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를 공개한 29일 구체적인 가격 산정 근거를 확인하지 못한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주요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그냥 ‘우리가 산정한 게 맞아’ 할 거면 왜 의견제출을 받았나” “공시가격 현실화보다 상식화를 먼저 해야 한다” 등의 항의 글이 빗발쳤다.
이날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에 공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를 확인한 결과 산정의견은 거의 ‘복붙(복사+붙여넣기)’ 수준이다. 모든 가구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산정의견란에는 ‘공시가격은 교통여건, 공공시설 및 편의시설과의 접근성, 세대수, 경과년수, 공용시설, 층별·위치별·향별 효용, 전용면적 등 가격형성 요인과 유사 공동주택의 거래가격, 가격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산정했다’는 내용이 일괄적으로 담겼다.
산정 근거도 주택특성자료, 가격참고자료만 명시했을 뿐 적정시세 선정 기준, 현실화 제고율 등 주민을 납득시킬 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없어 "기초자료를 공개해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논란을 더욱 키운 꼴이 됐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세종 호려울마을7단지 주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102㎡ 공시가격은 지난해 4억700만 원에서 올해 9억3,500만 원으로 130% 급등했다. 일제히 하향 의견을 제출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는데 산정 기초자료조차 부실하자 주민들의 원성은 극에 달했다.
김철주 호려울마을7단지 입주자대표는 “준공된 지 만 2년이 안 됐고 실거래도 2건에 불과한데, 이를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기에는 근거가 너무 미흡하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인근 단지는 실거래가가 7단지보다 높았는데 공시가격은 훨씬 낮게 책정돼 형평성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가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높다”면서 공개적으로 재산정을 요구한 아파트 단지도 명확한 기준 없이 조정됐다. 서초동 서초센트럴아이파크 전용면적 80㎡ 공시가격은 지난달에 공개한 15억3,800만 원에서 14억6,200만 원으로 5% 하향 조정됐다. 반면 우면동 LH5단지는 6억7,600만 원에서 6억9,600만 원으로 상승했고, 방배동 월드빌라트는 13억6,000만 원에서 15억300만 원으로 10.5%나 올랐다. 실거래가 아예 없거나 적은 이 단지들의 가격참고자료는 인근의 유사 공동주택 거래가격이다.
전문가들은 건축물대장에서 확인 가능한 수준의 기초자료로는 보유세 부담이 커진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열화 우려는 있지만 주택 특성의 배점기준이나 해당 가구가 단지 전체 또는 지역에서 차지하는 위계수준 등을 차트나 도표 같은 계량화 자료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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