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또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이룰 수만 있다면….
전태일 일기 중
전태일 열사 유가족이 50년간 보관해 온 열사의 일기장 원본 7권을 공개했다. 유서로 짐작되는 구절도 열사의 친필로 볼 수 있게 됐다.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는 29일 서울 종로5가 전태일다리에 세워진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서 일기장 원본을 공개했다. 전태일 열사의 일기 내용은 앞서 언론을 통하거나 발췌 형태로 책자에 실린 적은 있지만, 친필 원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기장에는 전태일 열사가 스물두셋 남짓한 평범한 청년으로서 1960년대와 1970년대 사회를 본 시각과 생각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공개된 일기장에는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라는 구절이 적혀 있는데, 이는 훗날 전태일 열사의 유서로 알려진 부분이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학과 교수는 전태일 열사의 일기에 대해 "그 자체로 문화학·문학·역사학적 연구 가치가 있다"며 "근래 불거진 산업재해, 최저임금 등 문제에 대해 전태일 일기는 원칙이 무엇인지 일러준다"고 평가했다.
유가족은 그간 일기 내용이 왜곡될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다. 관리위원회가 구성되고 난 뒤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전태일 열사 동생 태삼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태일 형의 희생을 잊지 아니하고 기억해왔다. 다시 한 번 굴곡의 50년을 넘어서 '우리는 미래'임을 재구성한 의미를 통해서 전태일 형의 뜻을 사회에 상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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