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관련 수뢰후부정처사·증거위조는 '무죄'
'연구와 무관, 물품대금 5600만원 편취'만 유죄
독성 물질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해 인명 피해를 유발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 준 혐의를 받았던 서울대 교수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다만 물품대금을 편취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9일 수뢰후부정처사 및 증거위조,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수의학과 조모(61) 교수의 상고심에서 일부 혐의만을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교수의 핵심 혐의였던 수뢰후부정처사와 증거위조 부분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결을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옥시 측은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살균제를 피해자들의 폐 손상 원인으로 지목하자, 이를 반박하고자 독성학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인 조 교수 등에게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했다.
이후 조 교수는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써 줬고, 이는 수사기관에도 제출됐다. 검찰은 2016년 수사를 통해 조 교수가 자문료 명목으로 1,200만원을 받은 뒤, 그 대가로 옥시에 불리한 실험데이터를 누락시키는 등 보고서를 조작해 작성한 혐의를 확인하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검찰의 이러한 공소사실을 인정, 조 교수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옥시 측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보고서가 관련 민ㆍ형사 사건에 증거로 인용돼 불리한 실험결과가 은폐될 수 있었다”며 “연구윤리를 어겨 옥시 측에 불리한 실험데이터를 누락하는 등 부정 행위로 나아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은 조 교수가 간질성 폐렴 등 일부 실험 결과를 옥시 보고서에서 삭제한 데 대해 “연구자의 과학적 판단 재량에 해당한다”며 이 부분 무죄를 선고했다. 자문료 1,200만원도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조 교수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서 받은 물품대금 5,600여만원을 빼돌려 연구와는 무관한 용도로 사용한 혐의(사기)에 대해선 2심도 1심의 유죄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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