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쿠팡 나오지 않도록'... 손병두 "유니콘기업 상장 적극 지원"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하루 앞둔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쿠팡 상장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쿠팡 제공

한국거래소가 국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기업)이 해외 증시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 기업의 상장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9일 'K-유니콘 상장 활성화를 위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제2, 제3의 쿠팡이 미국에 상장하는 도미노 현상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계기에 우리 자본시장이 유니콘 기업에 불리한 점은 없었는지, 기업공개(IPO) 제도나 절차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니콘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 증시 상장 열풍이 불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마켓컬리로, 이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을 상장 주관사단으로 뽑아 미국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웹툰, 야놀자, 두나무 등이 현재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9일 'K-유니콘 상장 활성화를 위한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한국거래소는 이들이 국내 상장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를 기업가치 제고와 경영 안정성에서 찾았다. 손 이사장은 "유니콘 기업이 미국으로 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시장에서 제 몸값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래소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장 평가 시 기업의 과거 영업실적 등을 기반으로 판단하다 보니 실제 이익 실현까지 시간이 걸리는 성장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전통 제조업보다는 바이오, 인터넷 등 미래 성장산업 기업 상장이 늘면서 맞춤형 심사 기준이 새롭게 필요하게 된 것이다. 손 이사장은 "미래 성장성을 반영한 심사방식을 도입하고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과정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상장에서 논란이 된 경영권 관리 시스템도 개선된다. 거래소는 우선 유니콘 기업 창업자들이 2, 3대 주주 등과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차등의결권 도입 이전 창업자의 경영권 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손 이사장은 차등의결권에 대해서는 "현재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만간 바람직한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