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는 김범석 의장 아닌 쿠팡법인
업계 "사익편취 제한 감시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 김 의장 양심에 맡겨야 하나"
쿠팡을 창립한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했다. 총수 지정 가능성을 높지 않게 봤던 쿠팡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도 애초에 미국에 직상장한 쿠팡의 지배구조상 국내법의 총수 지정 제재는 실익이 낮다는데 동감한다.
다만 경쟁사들보다 유리한 사업환경에 대한 형평성 문제, 국내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는 쿠팡의 '사실상 총수'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점에 대해선 내심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 지분 10.2%, 의결권 76.7%를 가진 실질적 지배자다.
29일 쿠팡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공정거래법을 철저히 준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총수는 김 의장 대신 쿠팡 법인으로 정했다.
총수가 되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나 친인척을 이용한 사익편취 행위 여부에 대해 당국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는다. 배우자는 물론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도 공시의무 대상이다. 김 의장은 총수가 아니라 이런 감시에서 자유로워졌다.
당초 쿠팡은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당혹스러워했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미국 델라웨어에 있는 지주회사 성격의 쿠팡Inc가 쿠팡 한국법인, 쿠팡 USA, 쿠팡 베이징, 쿠팡 상하이 등 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사익 편취 우려가 없다는 게 쿠팡의 논리였다. 공정위도 국내용 제도를 외국인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와 총수 지정에 따른 계열사 변화가 없다는 점에 근거해 김 의장을 총수로 정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쿠팡 주식이 상장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강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 연방규정(CFR)에 따르면 지분율이 5% 이상인 주주는 친인척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거래와 이해관계를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뉴욕증시에 우회상장돼 있는 국내 한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SEC는 부정부패, 비리와 관련된 작은 의혹만 제기되더라도 조사와 압박이 세게 들어와 최근 우리 회사도 대응 조직 규모를 늘렸다"며 "워낙에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 요구 수준이 높아 투명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국에서 하는 공시를 세세히 파악하기 어렵고 부당행위를 하더라도 사후에 규제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우려를 표한다. 엄격한 감시 아래에 있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개인의 청렴도나 신뢰도를 믿어야 하는 형국이라는 얘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총수 규제는 공정위가 마음만 먹으면 뭐라도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가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이런 감시 아래에 있다는 것과 자유롭다는 건 기업 활동이나 사회적 책임의 차원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 법인을 만들어서 쿠팡이 물건을 직매입하거나 창고를 사용해 주는 식으로 밀어줘도 신고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며 "국내에서 돈 버는 기업인데도 경쟁사와는 법을 다르게 적용받는 건 형평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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