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제주에 기증
서귀포 피난 시절 모티브 작품 다수 포함?
도, 소장처 이중섭미술관 시설 확충 추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천재화가 이중섭(1916~1956)의 작품 12점의 원화가 제주도민 품에 안겼다. 이번 기증작에는 이중섭이 서귀포에서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린 대표작 '섶섬이 보이는 풍경'도 포함됐다.
제주도는 "이 회장 유족인 삼성가(家)로부터 이중섭 화가의 대표 작품 12점을 기증받아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 소장한다"고 29일 밝혔다.
작품 목록엔 1951년 작인 ‘섶섬이 보이는 풍경‘과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 ‘아이들과 끈’ 등 유화 6점과 수채화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이 포함됐다. 또 이중섭이 일본에서 활동하던 1940년대 당시 연인이었던 부인 이남덕 여사에게 보낸 엽서화 3점, 1950년대 게(蟹)와 가족, 물고기, 아이들을 모티브로 제작한 은지화 2점도 기증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이중섭 화가의 귀한 작품을 기증해준 삼성가에 감사드리고, 기증 작품을 지역문화 자산으로 잘 보존하고 활용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 기일인 9월 6일을 전후로 특별전시회를 열어 이번 기증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평안남도 출신으로 전쟁, 피난, 사랑, 이별, 죽음 등 불운으로 점철됐던 이중섭의 생에서 1951년 11개월간의 서귀포 피란 시절은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남았다. 4.7㎡(1.4평)의 비좁은 방에 아내, 두 아들과 살면서 이중섭은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 시절 그는 서귀포의 아름다운 풍광과 사랑하는 가족을 소재로 작품에 몰입했고, 이후 서귀포 관련 소재는 이중섭 작품의 주요 모티브가 됐다.
가장 손꼽히는 기증작인 유화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초가집 사이로 나무, 전봇대, 섶섬이 어우러진 당시 서귀포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현재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옥상에서도 70년 전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서귀포 앞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부인과 두 아들과 재회하는 꿈을 표현한 작품들도 제주에 왔다. ‘해변의 가족’은 초록색 바다를 배경으로 새들과 가족이 하나가 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이들과 끈’은 아이들이 끈으로 긴밀히 연결된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 가족에 대한 작가의 절절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도는 이번 이중섭 대표작 수증을 계기로 지속적인 작품 확보에 나서는 한편 이중섭미술관 인근 부지를 활용해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미술관 옆 옛 서귀포관광극장 부지를 편입해 미술관 규모를 확장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앞서 서귀포시는 1996년 이중섭의 피란 시절 거주지가 있던 서귀동 일대 거리를 ‘이중섭 문화의 거리’로 지정했다. 화가의 이름을 딴 전국 최초의 거리다. 이듬해엔 이중섭 거주지를 매입해 초가지붕을 복원했고, 2003년 이중섭미술관을 개관했다. 하지만 그동안 미술관 내 이중섭 원화가 40여 점에 불과하고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도 없어 이름에 걸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가의 작품 기증으로 이중섭미술관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작가의 원화 작품은 59점으로 늘었고, 여기에 서지 자료 및 유품 등 기존 이중섭 관련 자료 37점을 포함하면 소장품은 총 96점으로 늘어났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