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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 족발골목 산증인 '뚱뚱이 할머니' 전숙열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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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 족발골목 산증인 '뚱뚱이 할머니' 전숙열씨 별세

입력
2021.04.29 14:5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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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개업 후 3대째 영업
'음식 앞에서 야박하지 마라'
후덕한 인심에 담합도 거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뚱뚱이할머니집' 옛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뚱뚱이할머니집' 옛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 중구 장충동 족발거리의 시초 역할을 한 '뚱뚱이 할머니집' 창업자 전숙열씨가 지난달 12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세.

29일 유족 등에 따르면 고인은 평안북도 곽산 출신으로 1957년 장충동에 식당 '평안도'를 개업했다. 초기엔 녹두빈대떡을 주로 팔다가 술안주를 찾는 손님들 요구가 많아지자, 이북의 맛을 살린 돼지족발을 선보였다.

돼지족발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후 이 일대에는 족발가게들이 속속 모여들어 '장충동 족발골목'을 형성했다. 1963년 장충체육관이 문을 연 뒤 더욱 유명세를 타면서 서울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는 족발가게들이 밀집한 장충동 거리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고인은 1968년 단골손님들이 붙여준 별명으로 가게 상호를 '뚱뚱이 할머니집'으로 바꿨다. 고인은 후덕한 인심으로 늘 베풀며 장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녀 김송현씨는 "지난해 8월 주변 식당들이 전부 가격 담합을 제시할 때도 저희만 동참하지 않았다"며 "할머니께서 늘 '음식 앞에선 야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고 이를 실천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뚱뚱이 할머니집은 1990년 며느리가 고인에 이어 대를 이은 뒤 현재는 손녀들이 3대 사장으로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뚱뚱이 할머니집은 최근 족발골목 식당들이 문을 닫는 와중에도 굳건히 골목을 지키면서, 지난 2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백년가게'로 꼽히기도 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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