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학생이 의·약학계열 대학에 지원하면 학교생활기록부 창의체험활동을 공란으로 처리한다. 세금이 지원되는 영재고를 다닌 뒤 이공계가 아닌 의대나 약대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일정 정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으로 내년도 과학고 입학생부터 적용된다. 효과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과학고, 서울과학고 등 전국 8개 영재학교가 모인 영재학교장협의회는 이런 내용의 ‘영재학교 학생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29일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영재학교 입학 후 의·약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우선 대입전형에 필요한 학생부를 ‘학생부Ⅱ’로 제공한다. 통상 영재고 학생들에게는 영재고의 상황을 반영해 학생부에다 영재학교의 추가교육과정과 학점 등을 기재한다. 하지만 의·약대에 지원할 경우 이런 내용을 모두 빼고, 일반고와 같은 방식으로 석차등급을 기재하고, 창의체험활동도 공란 처리해 수시모집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규수업 이외 기숙사, 독서실 등 학교시설 이용을 제한하고, 대입 관련 교내 상담?진학지도도 중단한다. 아예 일반고 전학도 권고한다. 영재고 교육과정을 위해 투입된 추가 교육비도 환수한다. 이 방안은 2022학년도부터 적용되고, 영재고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이 제재 방안에 동의해야 원서를 낼 수 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과학고 졸업 후 이공계가 아닌 의대 등 다른 학부로 진학한 학생 비율은 약 15% 정도다. 과학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세금 지원까지 했는데, 의대 등으로 진학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어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시전문가들은 이번 제재 방안의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 내다봤다. 장학금 환수나 학교시설 이용 제한 등은 이미 일부 과학고가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전국 의·약대 정시모집비율이 40% 정도인 점을 지적하면서 “학생부Ⅱ 정도면 수시모집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재수생 또는 정시 준비생에게는 딱히 불이익이 되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나서서 대학 측에서 영재고 출신의 의·약대 지원에 불이익을 주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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