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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터전 떠나 집창촌 근처로? 독도전시관 이전 논란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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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터전 떠나 집창촌 근처로? 독도전시관 이전 논란 들여다보니

입력
2021.05.04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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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전 예정지 직접 가보니
독도전시관 확장이전하는데 시민단체 외려 반대
"현 입지보다 상징성 떨어져, 청소년 유해환경도"
교육부 동북아재단, 영등포구 유휴부지 무상임대
관계자들 "운영·예산 고충, 지자체 상황 복합 고려"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2층에 위치한 독도전시관 확장이전 예정지를 찾아가는 길. 타임스퀘어 건물 간판이 보이는 골목에 집장촌이 늘어서 있다. 이유지 기자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2층에 위치한 독도전시관 확장이전 예정지를 찾아가는 길. 타임스퀘어 건물 간판이 보이는 골목에 집장촌이 늘어서 있다. 이유지 기자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해 만든 독도체험관이 설립 10년 만에 옮겨 가기로 한 서울 영등포구 복합쇼핑몰을 지난달 20일 찾아갔다. 1호선 영등포역에서 나오자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을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당혹스러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검정색·붉은색 암막 커튼을 쳐놓은 성매매업소들이 왕복 2차선 도로 양옆으로 늘어서 있었다. 전국에 단 13곳 남은 성매매 집결지 중 하나인 '영등포 집창촌'. 초저녁이면 지금도 수십 개의 홍등이 켜진다.

교육부가 자금을 출연하는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하고 있는 독도체험관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2층에 조성될 독도전시관으로 확장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대형마트와 패스트푸드 전문점 사이 한때 키즈카페였던 400평대(1,310㎡) 공간이다. 이 장소는 영등포구 소유인데, 구청은 정부가 내부시설 비용 40억여 원을 예산으로 부담하면 임대료는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새 독도전시관은 8월 임시 개관, 10월엔 정식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임스퀘어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상업시설로 일일 평균 유동인구가 25만 명에 달한다.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이전지로 선정된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독도전시관 주 관람층인 초·중·고교생들이 영등포 집창촌을 지나지 않고 전시관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집창촌을 피하려면 인근 지하철역에서 이어지는 지하보도를 통하거나 먼 길로 둘러갈 수밖에 없다.

교육부 출연 재단법인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독도체험관 전경. 이유지 기자

교육부 출연 재단법인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독도체험관 전경. 이유지 기자

같은 날 현재 운영 중인 서울 서대문구 독도체험관을 향하는 길.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을 나서자 덕수궁 중명전이 나타났다. 한일의정서와 을사늑약이 체결된 곳이자 헤이그 특사를 파견한 역사적 장소다. 주변 10분 거리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사저이자, 이화장·삼청장과 함께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에서 거점 역할을 한 경교장이 자리하고 있다. 독도체험관 반경 1㎞ 안팎에서 독립신문사, 경성재판소, 일본공사관, 서울역사박물관 등을 만날 수 있다.

2012년 문을 연 서대문 독도체험관은 전국 30여 독도 관련 전시·체험관 중 하나다. 역사관과 자연관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으며, 각종 문헌과 텍스트 패널을 포함해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조형물과 4D 영상관,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교육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영등포구에 새 전시관이 정식 개관하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지금의 독도체험관도 부족한 면이 있다. 독도체험관 측에 따르면 관람객의 90% 이상이 아동·청소년이며, 대체로 단체 견학으로 방문한다. 하지만 총 면적이 174평 정도이고, 주 전시공간을 제외한 실 관람평수는 100평 안팎이라 1회 최대 수용인원이 40여 명으로 제한된다. 일선 학교는 보통 학년 단위로 견학 일정을 짜는데 2학급 정도의 인원밖에 수용할 수 없다 보니, 인근 학교에서 견학 문의를 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근 역사·문화 공간과 연계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법하지만 이렇다 할 콘텐츠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관람객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시민단체 "격 안 맞고 유해환경까지"… 교육부 "단점 최소화할 것"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2층에 들어설 독도전시관 예정지. 타임스퀘어 홈페이지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2층에 들어설 독도전시관 예정지. 타임스퀘어 홈페이지

최근 일부 독도 관련 시민단체는 독도전시관 확장 이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일본과의 분쟁 지역인 독도의 주권을 알리는 전시관의 상징성에 비춰볼 때 상업시설 지하 2층에 들어서는 새 전시관은 역사적 현장의 복판에 자리한 현 독도체험관보다 입지 면에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독도전시관 예정지 인근에 집장촌과 쪽방촌 등 청소년 유해환경이 밀집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집창촌은 역사적으로도 일제 잔재로 볼 만한 측면이 있다. 일제강압기였던 1916년 공창제가 제도화했고 군인을 송출하는 거점이었던 주요 역 인근에 집창촌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청은 타임스퀘어 근처인 신세계백화점 뒷골목과 영등포역 옆골목 일대 2곳을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주 관람층을 고려할 때 독도전시관 위치가 교육 환경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올해 초 '영등포 도심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계획'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확정되면서 집장촌 철거가 예정돼 있지만 영등포구 관계자는 "실제 철거까지는 이르면 3~4년, 통상 5~6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월 도쿄 중심부에 있는 영토·주권전시관의 위치를 지하 1층에서 지상 1, 2층으로, 면적 또한 30평(100㎡)에서 234평(700㎡) 규모로 7배 확장해 이전한 것과도 대비된다. 일본의 영토·주권전시관은 반경 500m에 문부과학성, 총리관저, 내각부, 외무성, 국회 등 주요 국가기관이 밀집해 있고, 독도 감시를 관장하는 해상보안청도 700m 거리에 있다.

독도전시관 예정지 타임스퀘어에서 만난 영등포구 주민 최모(43)씨는 "영토 분쟁 중인 독도 문제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단독 건물을 사용하거나 이왕이면 지상으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온 김모(35)씨는 "타임스퀘어를 처음 방문했을 때 출구를 잘못 나오는 바람에 집장촌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관람객들이 혼란을 겪지 않게 조치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현 독도체험관과 영등포구 독도전시관 예정지 주변 1㎞ 내 역사 현장 분포 현황 비교. 독도수호대 제공

서울 서대문구의 현 독도체험관과 영등포구 독도전시관 예정지 주변 1㎞ 내 역사 현장 분포 현황 비교. 독도수호대 제공

독도 문제 관련 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서기종 독도의용수비대 동지회장은 "서대문구가 상징성이 높아 역사 교육 최적의 입지인데 청소년유해환경밀집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점구 독도수호대 대표는 "현 독도체험관에서 옮겨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고, 인근의 옛 경찰박물관이 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등 대체할 입지도 많다"며 "단순 전시관이 아니라 전시·교육·체험·연구를 함께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이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전 추진 기관들 "예산 부담 덜고 평수·유동인구 장점"

독도전시관 예정지인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인근의 청소년통행금지구역과 청소년유해업소 밀집지역을 표기한 지도. 독도수호대 제공

독도전시관 예정지인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인근의 청소년통행금지구역과 청소년유해업소 밀집지역을 표기한 지도. 독도수호대 제공

정부 관계자들은 운영의 고충과 임대료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독도전시관 이전 장소를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정은정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장은 "관람객을 최대로 채워 운영해도 하루 최대 200명 정도밖에 받을 수 없어 협소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개관 만 10년째로 콘텐츠도 노후했는데 기획전시관이 따로 없어 상설전시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대문 독도체험관의 연 임차료는 3억5,000만 원에 달한다. 연간 운영예산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7억 원 정도로, 교육부 예산에서 지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구무상임대가 가능한 신규 부지로의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 관장은 "최상의 입지에 단독 건물을 쓸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지난해 리모델링차 요청한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상심하던 중, 평수도 확장하고 새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간을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받은 것"이라고 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올해 1월 게시한 독도전시관 확장이전 관련 홍보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올해 1월 게시한 독도전시관 확장이전 관련 홍보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전을 주도한 영등포갑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독도를 널리 알려야 하는데 재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 지역의 여유 공간을 찾던 중 마침 영등포구에 유휴 부지가 있어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 데다 주변 지역 개발이 예정돼 있고, 국민 세금이 쓰이는 임대료 부담도 덜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재단이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 측은 전시관 예정지 인근 집창촌의 경우 향후 수년 내 정비계획이 수립돼 있고 주변에도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사업 △대선제분 일대 재개발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등이 예정돼 있어 장기적으로 전시관 입지가 좋아질 거라고 내다봤다.

영등포구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전시관 이전 장소는 영등포구가 2008년 타임스퀘어 운영사인 경방으로부터 기부채납받은 곳이다. 그간 키즈카페가 민간위탁업체 자격으로 2012년부터 입점해 운영했으나 지난해 2월 부도가 났다. 업체가 파산하면서 밀린 4개월치 관리비 1억900만 원을 구 예산으로 지급해야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 독도전시관 예정 부지가 선정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영등포구 애물단지였던 장소를 독도전시관으로 쓰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등포구는 이에 대해 "민간업체(키즈카페)의 운영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 뿐, 공공 활용 가치가 있어 구에도 중요한 공간"이라며 "개발 계획 추진과 함께 앞으로 홍보를 통해 지하 2층 독도전시관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일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영등포구청은 현재 매달 첫째·셋째 금요일 오후 9시부터 이뤄지는 청소년통행금지구역 단속을 확대하기 위해 영등포경찰서, 유해환경감시단 등과 논의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지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독도전시관 개관과 개발 계획이 중첩되는 기간 단 한 명의 학생도 전시관을 관람하러 왔다가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부분이 없도록 순찰 강화 및 안내판 정비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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