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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와 엄중한 억지력 동원 北·이란에 대응"... 바이든 “美 다시 움직인다”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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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와 엄중한 억지력 동원 北·이란에 대응"... 바이든 “美 다시 움직인다” 선언

입력
2021.04.29 16:10
수정
2021.04.29 18:4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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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0일간 재건, 날아오를 준비 됐다"
[바이든,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100일 전 미국은 집에 불났지만 극복"
美 초유의 장면, 두 여성 상·하원 의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첫 의회 연설에 나섰다. 핵심 메시지는 “미국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경제난,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에 따른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시작했다는 자평이었다. 1조8,000억 달러(약 2,000조 원) 규모의 미국 사회 변화 청사진도 새로 공개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북한과 이란의 핵 위협에 '동맹과 함께, 외교와 압박을 병행해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동안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동안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부자증세’ 통해 교육ㆍ보육 지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워싱턴 의사당에서 상ㆍ하원 합동연설을 1시간 5분 동안 진행했다.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이다.

그는 연설에서 “100일 전 미국은 집에 불이 났다”며 “100일간의 구조와 재건이 끝나고 미국은 날아오를 준비가 됐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막바지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 민주주의 훼손 사태를 하나씩 극복했다는 설명이었다.

4조 달러(약 4,500조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큰정부’ 구상도 본격화했다. 기존 2조2,500억 달러짜리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 ‘미국 일자리 계획’에 이어 이날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 계획’을 새로 공개하면서다. 무상교육 대상에 3~4세 프리스쿨, 초급대학 격인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를 추가했고, 보육 및 가족돌봄 지원 확대 방안도 담았다.

특히 “미국 기업과 가장 부유한 1% 미국인이 그들의 공정한 몫을 지불해야 할 때”라며 ‘부자증세’를 재원으로 제시했다. 법인세와 연 40만 달러(4억5,000만 원) 이상 소득자 대상 세금 인상을 강조한 것이다. 경제 ‘낙수효과’는 없다며 블루칼라 노동자와 중산층 중시 기조도 설명했다.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주의 근절, 경찰개혁도 강조했다. 또 총기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제는 의회도 행동을 취할 때”라고 법안 통과를 호소하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北 도발 억지ㆍ외교 강조, 中 압박

외교안보정책도 연설에서 한 대목을 차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는 동맹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엄중한 억지력(stern deterrence)을 동원해 두 나라의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상황관리'와 동시에 협상을 위한 대화의 문은 열어두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상응한 대응에 나서겠지만,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외교도 가능하다’던 지난달 25일 첫 공식 기자회견 언급의 또 다른 강조 표현이다.

중국도 겨냥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직접 거명하며 “우리는 경쟁을 환영하고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도 중국의 국영기업 보조금, 미국 기술과 지적재산권 갈취, 불공정 무역 관행을 거론했다. 또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중국 코앞 인도ㆍ태평양에 강력한 군사력을 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은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우리의 약속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기본 인권이 침해될 때 침묵할 수 없다”며 중국 인권 상황을 계속 문제 삼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대중(對中) 경제ㆍ군사ㆍ인권 3대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이 밖에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선거 개입을 비판하면서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연장 등 협력 방안도 언급했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 방침도 재확인했다.

여성 상ㆍ하원의장 사회 눈길

이날 바이든 대통령 뒤 의장석에는 최초 여성이자 유색인종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상원의장 겸임)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나라히 앉았다. 여성이 두 자리에 모두 앉은 것은 미 의회 역사상 처음 있는 장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 경칭인 ‘마담(Madam)’을 붙여 두 사람을 호명하고 이 순간을 기렸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면서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쪽으로 몸을 돌려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면서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쪽으로 몸을 돌려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지난해 국정연설의 경우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 원고를 찢어버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공화당 의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력 유지 발언 때는 기립박수를 보내는 등 달라진 분위기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 연설 중간중간 기립박수를 보냈고, 펠로시 의장 역시 환한 표정이었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참석 의원이 200명으로 제한됐고 회의장에 나온 의원들도 마스크를 쓴 채 거리두기를 하며 띄어 앉아야 했다. 비상사태에 대비한 ‘지정생존자’ 장관 1명을 제외하고 장관 전원이 연설에 참석하던 관례도 바꿔 국무ㆍ국방장관만 대표로 의회에 나왔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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