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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가정의 노래

입력
2021.04.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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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목가적인 봄의 조성 F 장조

편집자주

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클래식 담당 장재진 기자와 지중배 지휘자가 귀에 쏙 들어오는 장ㆍ단조 이야기를 격주로 들려드립니다.


목가적인 봄의 조성 F 장조

오선지 가운뎃줄에 플랫(♭)이 하나 붙은 조표를 쓰는 F 장조는 자연 친화적이며 가족의 온기를 품고 있다. 완연한 봄날 가정의 소중함을 기념하는 5월에 더없이 어울리는 조성이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아르장퇴유 정원의 모네가족'(1874·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파리 인근에 있는 도시 아르장퇴유의 자연을 배경으로 모네 가족이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F 장조는 마치 이 그림의 분위기를 닮았다.

지중배 지휘자(이하 지): F 장조를 관통하는 가장 큰 정체성 중 하나는 자연이다. F 장조로 빚은 음악은 목가적이다. 이 조성의 작품들에서는 평화로운 들판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느껴진다. ‘전원’이라는 부제로 유명한 베토벤 교향곡 6번이 대표작인데, 온화한 기운이 주를 이룬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도 같은 선상에 있는 곡이다. 리스트가 쓴 ‘초절기교 연습곡’ 3번의 부제가 '풍경'이라는 점을 통해서도 오랜 시간 작곡가들이 F 장조를 자연을 묘사하는 핵심 도구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장재진 기자(장): 자연에 푹 빠졌던 작곡가가 또 있다. 드보르자크이다. 그는 자신의 고향(보헤미아)을 사랑했던 음악가였다. 드보르자크에 관한 지인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미국에 머물던 시절 숲이나 강가를 산책하는 일을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향 풍경을 닮은 이국의 정취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은 드보르자크의 대표 현악사중주곡 '아메리칸'(12번)이라는 곡이 탄생한 배경으로도 지목된다. 다음 달 1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임지영(바이올린), 크리스텔 리(바이올린), 다케히로 고노에(비올라), 요나단 루제만(첼로)이 이 작품을 연주한다.

: 하지만 F 장조는 자연의 풍광만 묘사한 수채화가 아니다. 풍경화 속에는 사람이 함께 그려져 있다. 인간에 대한 대자연의 아낌없는 사랑과 가족 간 사랑은 비슷한 면이 있다. 다음 달이면 곳곳에서 들릴 '어린이날 노래'와 '어머니의 마음' 등이 F 장조로 쓰였다. 아가페적 애정이 느껴지는 조성이기도 한 것이다. 즉, 화창한 봄날 경치 좋은 풀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 F 장조의 색깔을 가장 잘 대변한다.

: 작곡가 슈만이 자신의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쓴 소품 모음 '어린이의 정경'에서 가장 유명한 '트로이메라이(꿈)'도 이 조성으로 작곡된 작품이다. 슈만은 말년에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았지만, '어린이의 정경'을 쓸 무렵만 해도 연인 클라라와 결혼하기 직전이었다. 가정을 꾸린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던 작곡가의 노래는 낭만적이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 꼭 자연과 가족이 아니더라도 F 장조의 명곡들은 많다. 다음 달 개최되는 서울스프링실내악 축제의 일환으로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신박듀오는 두세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라는 곡을 연주한다. 7월 22, 23일에는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조너선 스톡해머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8번을 무대에 올린다.

지중배 지휘자.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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