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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때문에… 입국 자격 얻고도 발 묶인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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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때문에… 입국 자격 얻고도 발 묶인 난민들

입력
2021.04.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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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권 취득 진행 중 난민은 예외라 해놓고
코로나 따른 입국 지연 등 핑계 대며 '모르쇠'
남남 된 EU 속수무책… 英 "데려올 의무 없다"

아이를 데리고 에게해를 건넌 난민이 2019년 9월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했다. 레스보스=AFP 연합뉴스

아이를 데리고 에게해를 건넌 난민이 2019년 9월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했다. 레스보스=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난민의 입국을 막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브렉시트로 생긴 제도 공백을 EU 규정 적용 당시 자국 입국이 허가된 난민들을 내쫓기 위한 핑계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이들을 구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입국 자격을 얻고도 브렉시트 탓에 오도가도 못하게 된 난민들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소개했다. 내전 중인 국가를 홀로 탈출한 아동ㆍ청소년과 탈레반의 고문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노인들이 포함된 이들 난민 대부분은 영국 입국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바람에 그리스ㆍ이탈리아 등 처음 입국한 EU 회원국에 발이 묶인 상태다. 가디언은 이런 사례가 최소 80건 정도라고 추산했다.

이들이 기약 없이 입국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건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EU가 만든 ‘가족 상봉’ 제도를 더는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가족 상봉 제도는 EU 국가에 거주하는 가족이 있는 난민의 경우 심사를 거쳐 해당 국가의 거주권을 주는 제도다. 2019년 9월 일찌감치 브렉시트 이후에는 제도를 유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영국 정부는 인도주의에 어긋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브렉시트 발효 때 거주권 취득 절차가 진행 중인 난민까지는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막상 지난해 12월 말 브렉시트가 발효되자 입장을 바꾸고 거주권을 받은 난민들의 입국 절차 문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악재였다. 해당 제도로 거주권을 얻으면 입국 허가가 난 뒤 6개월 안에 영국으로 입국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로 항공편 취소가 이어지며 기한 내에 입국하지 못한 난민들이 속출했다. 난민단체들은 “영국 정부가 기한 만료를 입국 거부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들이 더 답답한 건 뾰족한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유럽의회가 이날 ‘미래관계 합의안’을 비준해 2016년부터 이어온 브렉시트 절차에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해 말 이미 비준을 마친 상태였다. EU와 영국이 완전히 남남이 된 만큼 이제 EU 규정을 준수하라고 압박할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난민자선단체 세이프패스와 유엔난민기구도 가디언에 “지금으로서는 입국 허가가 난 난민이라도 법적으로 영국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난민단체들의 전향 촉구에도 영국 정부는 냉담하다. 이탈리아 유엔난민기구 대변인은 “영국 정부의 명확한 절차가 없으면 청소년 난민들은 가족을 찾아가기 위해 학대와 착취를 무릅쓸 것”이라며 영국 정부가 입국 절차를 안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영국 내무부는 “영국이 아동 인권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긴 하지만 입국 허가를 받은 난민을 어떻게 할지는 해당 난민이 머물고 있는 유럽국의 소관”이라며 선을 그었다. 데려올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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