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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빌 황 쇼크' 손실… 글로벌 투자은행 11조원 넘게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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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빌 황 쇼크' 손실… 글로벌 투자은행 11조원 넘게 잃었다

입력
2021.04.28 14:30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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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55억달러 등 총 100억달러 규모
일부 회사는 책임자 경질 등 후폭풍

스위스 취리히의 UBS 본사. AFP 자료사진

스위스 취리히의 UBS 본사. AFP 자료사진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촉발한 ‘아케고스 사태’ 손실액이 베일을 벗었다. 이 펀드에 돈을 빌려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물린 자금 규모는 100억달러(11조1,180억원)를 넘는다. 책임자들도 줄줄이 옷을 벗어 지난달 월가를 흔들었던 빌 황 쇼크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빌 황이 설립한 가족재산운영회사(패밀리 오피스) 아케고스캐피털 매니지먼트와 거래했던 은행들이 올해 1분기 실적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관련 손실 규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날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아케고스 사태로 1분기 8억6,100만달러(9,600억원) 손실을 봤다고 공개했다. 랄프 해머스 UBS 최고경영자(CEO)는 미 C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번 일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향후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은행의 위험(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노무라 역시 아케고스 때문에 발생한 손실 규모를 당초 20억달러(2조2,240억 원)로 추정했다가 28억5,000만달러(3조1,700억원)로 수정 발표했다. 사태 직후 UBS는 아케고스패키털과의 계약을 완전히 정리했고, 노무라도 관련 주식을 97% 이상 처분했지만 대규모 손해를 피하지 못했다.

아케고스와의 거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크레디트스위스(CS)의 경우 1분기 순손실액이 무려 55억달러(6조1,100억원)에 달했다. 모건스탠리(9억1,100만달러)ㆍ일본 미쓰비시UFJ 파이낸셜그룹(3억달러)도 적잖은 피해를 봤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케고스와 계약으로 발생한 금융사들의 총 손실액은 100억달러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빌 황 아케고스 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 유튜브 캡처

빌 황 아케고스 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 유튜브 캡처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노무라가 헤지펀드에 자금을 공급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 부문의 더갈 브레흐 글로벌 대표를 비롯해 관련 간부 여러명을 면직시켰다”고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에서도 전날 우르스 로너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이미 이달 초에는 임원급이 대거 경질 또는 해임됐고, 경영진과 직원들의 보너스 역시 대폭 삭감했다.

이들 은행은 아케고스와 증거금의 수십 배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차액결제거래’ 계약을 맺었다. 이는 처음부터 기초자산(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매매 거래를 하는 파생상품이다. 개별 종목 주가 하락 시 대규모 반대매매가 쏟아질 가능성이 커 업계에서도 ‘미친 레버리지’라고 불릴 만큼 위험성이 크지만 은행들은 월가 큰 손 빌 황과의 거래로 챙길 수 있는 막대한 수수료를 노리며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달 아케고스가 투자한 종목의 주식이 급락하자 결국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상황이 발생하게 됐고 월가는 발칵 뒤집혔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담보로 잡은 주식을 발 빠르게 블록딜(대형 매매거래) 형태로 팔아 치워 손실을 최소화했지만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 UBS는 미적거리다 주가가 계속 내려가면서 더 많은 돈을 잃게 됐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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