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우상을 만난 소년, 스승의 음악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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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우상을 만난 소년, 스승의 음악을 연주한다

입력
2021.04.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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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코심과 에르상의 '드림타임' 초연하는 플루티스트 조성현

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조성현은 다음 달 국내 초연하는 에르상의 '드림타임'이라는 작품을 두고 "현대곡인 탓에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유목민의 삶을 상상하며 들으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1998년 초등학교 2학년 소년은 엄마를 따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연주자 한 사람을 보기 위해 콘서트홀의 수천 석 객석이 꽉 찬 풍경이 인상 깊었다. 그날 리사이틀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플루티스트로 꼽히는 엠마누엘 파후드였다. "영화배우만큼 잘생긴" 파후드의 근사한 연주는 단숨에 소년을 사로잡았다. 공연을 보자마자 플루트를 배우기 위해 동네 학원으로 달려갔다. 악기 크기에 비해 소년이 너무 어렸던 탓에 학원 선생님은 "1년이 지나고 다시 오라"며 만류했지만 소년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소년은 마우스피스로 소리를 내는 법부터 배우며 우상을 향해 한걸음씩 걸어 나갔다.

여기까지가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플루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조성현은 "원래는 피아노와 하모니카를 배웠었는데 파후드를 만나면서 인생의 악기를 만났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플루트는 유달리 여성적인 악기로 통하는데, 파후드의 연주는 그런 선입견을 날려버릴 만큼 신선했다.

플루트에 입문한 조성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비학교를 거쳐 예원학교 진학 이후 미국과 독일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러다 2013년 조성현이 독일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운영하는 카라얀 아카데미 학생으로 선발되면서 베를린필 수석이었던 파후드를 다시 만나게 됐다. 조성현은 "1998년 내한공연 포스터를 간직했다가 파후드에게 보여주며 사인을 받았는데, 꿈에 그리던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조성현은 파후드와 함께 연주를 하며 음악적 경험을 쌓아나갔다. 조성현은 "테크닉적 요소를 넘어 음악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결정적으로 오케스트라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안에서 플루트가 얼마나 빛이 날 수 있는 악기인지 비로소 알게 됐다는 뜻이었다.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휩쓴 조성현은 2018년 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종신 수석으로 임명되며 화제를 낳았다.

조성현은 올해 안으로 오보이스트 함경과 함께 바흐의 곡들을 녹음해 앨범으로 낼 계획이다. 조성현은 "피아노 반주 없이 관악기 고유의 아름다움을 들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조성현은 다음 달 21일 자신이 음악인이 되기로 결심했던 바로 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코심)의 협연자로서 의미 깊은 공연을 한다. 프랑스 작곡가 필립 에르상의 '플루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드림타임'이라는 곡을 국내 초연할 예정이다. 이 곡은 당초 작곡가가 파후드에게 헌정한 곡으로, 2014년 프랑스에서 세계 초연됐다. 스승이 처음 무대에 올린 곡을 제자가 7년 만에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셈이다.

'드림타임'은 작곡가가 영국의 여행작가 브루스 채트윈이 쓴 '송라인(Songlines)'이라는 책을 읽고 감명 받아 지은 곡이다. 호주 원주민이 땅을 인식하는 방식인 '노래지도'를 음악으로 만들었다. 조성현은 "유목민의 삶이 신화적으로 표현돼 있는데, 천둥과 번개 등 대자연의 신비로움이 느껴지고 동시에 동양적인 색채도 뚜렷하다"며 "제목 그대로 꿈꾸는 것만 같은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20여 분 길이의 곡에서 플루트는 다양한 오케스트라 악기와 쉼 없이 대화하며 기교를 뽐낸다. 악기 소리와 연주자의 목소리를 함께 화음으로 내는 등 독특한 연주법도 특징이다. 조성현과 코심의 공연은 네이버TV 등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된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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