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꼭 해야 한다면 이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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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꼭 해야 한다면 이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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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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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까지 점진적으로 추진
세밀한 설계와 충분한 준비기간
혜택 없는 계층에 보완책 마련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사회적 논의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하면서 정년연장이 다시 중요한 사회적·정책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실질적인 로드맵 구축은 다음 정부로 미루어졌지만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이미 점화되었고 내년 대선 공약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미 이 지면(2020년 7월 15일자, 11월 4일자)을 통해 적어도 향후 15년 동안은 고용연장이 인구변화 대응에 있어서 필요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은 방안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청년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고령자 간 불평등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어떻게 고용연장을 추진해야 잠재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고령자 고용 확대와 빈곤 완화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지금부터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고령인구 비중 증가와 이들의 인적자본 개선 추이를 보건대 먼 장래에는 정년의 연장 혹은 폐지가 필요할 수 있고, 은퇴 시기를 연금수급 연령과 맞추는 작업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다만 인구변화의 영향에 대한 세밀한 전망과 노동시장 및 산업 여건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 기초하여 적절한 정년연장 추진 시기와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에 관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건대 적어도 앞으로 몇 년 동안 충분한 논의와 준비과정을 거친 후에 연금수급 연령이 65세로 상향되는 2033년 전까지 점진적으로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적어도 15년 동안은 현재의 총인구 및 노동인구가 크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노동력이나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정년연장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또한 2020년대 말이 되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청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면서 정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정년연장 방안을 신중하고 세밀하게 설계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어 기업과 근로자가 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정년연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실제로 고령자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와 직무구조의 변화가 요구된다. 필자가 진행하는 연구 결과는 2012년 정년연장이 청년고용과 신규 채용에 미친 부정적 효과가 고령자 임금부담을 낮춘 사업체에서는 완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개인이 정년에 도달할 때까지 건강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과 유인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개선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1990년 65세까지의 계속고용 노력의무 규정을 신설한 후 2006년 65세까지의 고용확보조치를 시행하기까지 16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고용연장을 추진하였다.

마지막으로, 정년연장의 한계와 문제점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노동시장 여건을 볼 때, 어떤 방식이 채택되든지 50세 이상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과 고령 임금근로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정년연장의 실질적인 혜택을 얻지 못할 것이다. 가장 취약한 고령자들이 정년연장의 영향권 밖에 있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고용의 질을 개선하고 빈곤위험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생산성이 낮은 고령자에 대한 임금보조금, 재취업 시장에서의 구직 지원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근로 능력이 떨어지는 생계형 고령 취업자의 경우 고용연장보다는 사회보험과 복지 확대가 더 실효성 있는 빈곤 완화 방안일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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