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소비 제한, 온실가스 저감 대책 소문
정부 즉각 "낭설" 부인… '음식 정치화' 해석
"소고기 소비 둘러싼 당파 갈등 시작됐다"
“바이든의 기후계획에 2030년까지 우리 식단에서 붉은 고기를 90% 줄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소식이다. 일명 ‘소고기 소비 감축설(說)’이 공화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퍼지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고, 정부는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하지만 ‘육류 소비’ 문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의제여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톰 빌색 미 농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과 농무부에서 사람들의 소고기 섭취를 제한하려는 노력은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책으로 미국인들의 소고기 소비를 90% 줄이고 1인당 연간 소비량도 약 1.8㎏으로 제한할 것이란 SNS 소문은 낭설이란 것이다. 정부는 보수매체 폭스뉴스 등이 식생활 변화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연관성을 조사한 학술연구 결과를 공식 정책처럼 묘사했고, 공화당 정치인들이 이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가짜 뉴스’가 일파만파 퍼졌다고 보고 있다. 빌색 장관은 “정치 세계에서는 팩트가 없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때론 대화 쟁점이 되곤 한다”며 헛소문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논란만 일단락됐을 뿐, 육식을 둘러싼 ‘정치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기후변화 대응을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해결 과제. 그런데 육식은 이미 탄소배출량과 높은 연관성이 확인돼 환경단체의 주된 공략 대상이다. 최근 세계적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EAT-랜싯위원회가 가축목장 경영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하는 등 친(親)환경 육류 소비를 압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리온 네슬레 뉴욕대 교수는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이유로 고기를 적게 먹도록 권고한 것은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원인과 대책을 알고 있어도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2030년까지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지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비료, 가축, 분뇨 등 문제에 관해선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정치적 관점에서 음식을 다루는 ‘음식의 정치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결은 다소 다르지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66년 캘리포니아 주(州)지사 출마 당시 파이프담배를 끊기 위해 젤리빈(젤리사탕)을 먹기 시작해 백악관 입성 후에도 사탕을 끼고 살았던 게 대표 사례다. 지역구인 캘리포니아 기업(젤리빈)을 성장시킨 한편 본인의 친근한 이미지도 키웠다는 평가다. 육식 소비를 줄이고 싶어도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해 선뜻 정책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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