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 위원장, EU-터키 정상회담서?
의전 무시 당해... "내가 여자이기 때문" 비판
침묵했던 미셸 의장 "정치생명 위기" 분석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26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내가 여성이라 이런 일이 일어났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6일(현지시간) EUㆍ터키 정상회담에서 발생한 터키의 ‘무례’를 작심 비판했다. 좌석 배치 과정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동급으로 대접하지 않고 무시한 근본 원인이 ‘여성 차별’에 있다고 본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6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나는 EU 집행위원장이고 첫 여성 위원장이다. 이것이 내가 터키에 갔을 때 대우받기를 기대했던 자격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내가 당한 일을 정당화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정한 듯 “이 자리에 있는 여성 의원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여성 차별 문제를 정조준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내가 수트 차림에 넥타이를 맸어도 그런 일이 있었겠느냐”면서 “여성으로서 상처받고 고립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또 “이것은 우리(여성) 존재의 핵심에 미치는 사안이며 여성이 평등하게 대우받기까지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6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에서 착석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 터키 대통령과 샤를 미셸(가운데)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달리 앉을 자리가 없어 우두커니 서 있다. 앙카라=AFP 연합뉴스
그가 거론한 이른바 ‘소파게이트’는 6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EUㆍ터키 정상회담에서 터키 측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미셸 의장의 좌석만 마련한 사건이다. 폰데어라이엔 의장은 좌석을 찾지 못해 서 있다가 결국 에르도안 대통령과 멀리 떨어진 소파에 앉아야 했다. 의전상 격이 맞지 않는 터키 외무장관과 마주보는 자리였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EU 집행위원장은 같은 예우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 결례가 분명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연설에서 여성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인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한 터키의 결정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일은 EU 집행위의 우선순위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터키는 지난달 20일 “이스탄불 협약은 이혼을 부추기고 전통적인 가족관을 파괴한다”며 탈퇴를 선언했다.
이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공개 비난하지 않았지만 미셸 의장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듯 싶다. 미셸 의장은 당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설에 앞서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을 미셸 의장의 연임에 악재로 보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셸의 재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2019년 12월 취임한 그의 임기는 내년 5월 31일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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