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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복동만 있나, 박상헌도 달렸다…상주가 자전거 도시가 된 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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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복동만 있나, 박상헌도 달렸다…상주가 자전거 도시가 된 내력

입력
2021.04.27 1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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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에만 있다...상주자전거박물관과 함창명주박물관

상주자전거박물관의 조형물. 박물관 내부에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색 자전거를 전시하고 있다.

상주자전거박물관의 조형물. 박물관 내부에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색 자전거를 전시하고 있다.

속리산 자락의 상주는 산도 높지만 들이 넓다. 경북에서 쌀 생산량이 가장 많아 누에고치, 곶감과 더불어 ‘삼백의 고장’이라 불린다. 평야가 많다는 건 그만큼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다. 2012년 조사에서 상주의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11.39%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2%대에 그친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자전거 보유대수는 8만5,000여 대다. 열 명에 여덟 대가 넘는 수준이다. 2002년 전국 최초로 자전거박물관이 들어선 것도 이런 환경 덕분이다.

박물관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빛 바랜 흑백사진이 눈길을 끈다. 1924년 상주역이 개통되고 이듬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조선팔도자전거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사진이다. 상주에서 처음 열린 이 대회에서 ‘자전거왕’ 엄복동도 출전했지만, 우승은 상주 출신 박상헌이 차지했다. 바로 옆에는 상품으로 받은 것으로 보이는 쌀가마니를 앞에 놓고 찍은 다른 선수들의 사진도 보인다.

1925년 상주에서 처음 열린 조선팔도자전거 대회 참가자 사진. 엄복동(왼쪽 뒤)과 우승을 차지한 상주 출신 박상헌(왼쪽 앞)이 함께 찍었다.

1925년 상주에서 처음 열린 조선팔도자전거 대회 참가자 사진. 엄복동(왼쪽 뒤)과 우승을 차지한 상주 출신 박상헌(왼쪽 앞)이 함께 찍었다.


상주자전거박물관 내부에 초창기 나무로 만든 자전거가 전시돼 있다.

상주자전거박물관 내부에 초창기 나무로 만든 자전거가 전시돼 있다.


상주자전거박물관에 앞바퀴가 훨씬 큰 '하이휠자전거'가 전시돼 있다.

상주자전거박물관에 앞바퀴가 훨씬 큰 '하이휠자전거'가 전시돼 있다.


상주자전거박물관에 다양한 모양의 미니어처 자전거가 전시돼 있다.

상주자전거박물관에 다양한 모양의 미니어처 자전거가 전시돼 있다.


자전거 도시 상주의 역사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예술품에 가까운 희귀 자전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전거 초창기인 1790년 프랑스에서 나무로 제작한 ‘셀레리페르’는 두 바퀴에 안장만 얹혀 있다. 핸들과 페달 없이 두 발로 땅을 밀며 달리는 자전거다. 은빛 철제를 예술적으로 꼬아 만든 ‘아트바이크’, 뒷바퀴보다 훨씬 큰 앞바퀴 위에 안장이 올려진 ‘하이휠바이크’, 1989년 삼천리자전거에서 딱 3대를 제작한 ‘5층자전거’ 등 갖가지 자전거가 눈길을 끈다.

다만 많이 보여주기에 욕심을 낸 전시 형식은 아쉬움이 크다. 벽면에 일렬로 배치해 명품 자전거의 진가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마당으로 나가면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골라 박물관 내 코스를 돌아오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다. 입장료는 1,000원이다.

함창명주박물관 지붕의 누에 조형물.

함창명주박물관 지붕의 누에 조형물.


함창명주박물관에 지금은 보기 힘든 누에고치가 전시돼 있다.

함창명주박물관에 지금은 보기 힘든 누에고치가 전시돼 있다.


함창명주박물관에 명주실로 옷감을 짜는 모습이 재현돼 있다.

함창명주박물관에 명주실로 옷감을 짜는 모습이 재현돼 있다.


함창명주박물관 뒤 한국한복진흥원에 비단을 소재로 한 다양한 한복이 전시돼 있다.

함창명주박물관 뒤 한국한복진흥원에 비단을 소재로 한 다양한 한복이 전시돼 있다.


함창명주박물관도 상주에만 있는 이색 박물관이다. 건물 지붕에 누에 두 마리가 뽕잎을 갉아 먹고 있는 조형물이 박물관의 정체를 확실히 각인시킨다. 함창은 신라시대부터 양잠과 명주 산지로 널리 알려진 고장이다. 한때 전국 최대 규모의 명주 시장이 열렸고, 지금도 몇몇 업체에서 명주실을 이용한 비단을 생산하고 있다. 박물관은 명주의 역사와 유래, 누에치기와 실 뽑기, 명주 짜기 과정, 명주를 이용한 옷과 소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바로 뒤편의 한국한복진흥원 전시실을 함께 관람하면 비단의 매력이 달리 보인다. 박물관 뒤편 언덕은 장미동산으로 조성돼 있다. 아직은 이르지만 5월이면 20여 종 4만여 그루의 장미가 아름다운 꽃대궐을 이룬다.

상주 농가맛집 '두락'의 뽕잎 돌솥밥.

상주 농가맛집 '두락'의 뽕잎 돌솥밥.


상주의 전통 요리서 '시의전서'의 조리법을 재현한 '백강정'의 갈비 정식.

상주의 전통 요리서 '시의전서'의 조리법을 재현한 '백강정'의 갈비 정식.

삼백의 고장이라지만 상주에서도 이제 누에치기를 하는 농가는 없다. 대신 뽕잎을 재료로 요리하는 식당이 더러 있다. 상주 서곡동의 농가맛집 ‘두락’은 뽕잎 돌솥밥을 전문으로 한다. 제철 나물로 요리하는 밑반찬도 정갈한 편이다. 1인 1만5,000원. 낙동강변 회상나루터 인근의 ‘백강정’은 상주 반가의 요리책인 시의전서에 수록된 음식을 재현한 식당이다. 곶감 약고추장을 곁들인 전통 부빔밥(비빔밥)은 1만 원, 뭉치구이(고기완자) 정식은 1만5,000원이다. 조미료 맛이 전혀 없어 다소 심심하지만 깔끔하다. 예약이 필수다.

상주=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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