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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두 작가가 나무를 다루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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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두 작가가 나무를 다루는 방식

입력
2021.04.28 15:57
수정
2021.04.28 16:01
21면
0 0

구현모 '리셈블',? 가브리엘 봄스타인 '라이프' 전시
PKM갤러리서 5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각각 개인전을 하고 있는 동갑내기 구현모(오른쪽) 작가와 가브리엘 봄스타인 작가. PKM갤러리 제공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각각 개인전을 하고 있는 동갑내기 구현모(오른쪽) 작가와 가브리엘 봄스타인 작가. PKM갤러리 제공


“병아리가 태어나면 암수를 구분해 수컷을 죽이죠. 같은 존재인데 어떤 선택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만난 구현모(47) 작가가 말했다. PKM갤러리에서는 구 작가의 설치 및 조각 작품 등을 다룬 전시 ‘리셈블’이 진행 중이다. 병아리 감별사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 ‘미나리’를 본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저 이전부터 경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왔을 뿐이라고 답했다.

구현모 작가 전시 모습. PKM갤러리 제공

구현모 작가 전시 모습. PKM갤러리 제공


전시장에 들어서자 의자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형태의 나무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벽에 걸린 것도 있고 바닥에 놓인 것도 있다. ‘가구일까 작품일까.’ 벽에 걸면 작품이고, 바닥에 놓으면 가구라는 생각이 부서지는 순간이다. PKM갤러리 관계자는 “이들은 양쪽의 용도를 충족시키는 두 개념 사이의 존재”라며 “경계 없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작품에서 작가가 던지는 화두를 만날 수 있다. 평범한 나뭇가지로 보이는 것들을 자세히 살피면 진짜 나무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작가가 황동을 녹여 만든 나뭇가지 형태의 ‘작품’이다. 전시장 천장에는 아예 진짜 나뭇가지와 금속 조각을 뒤섞어 놓아, 구분과 경계를 곱씹게 한다.

가브리엘 봄스타인 작가 전시 모습. PKM갤러리 제공

가브리엘 봄스타인 작가 전시 모습. PKM갤러리 제공


같은 갤러리 다른 공간에서는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브리엘 봄스타인(47) 작가의 전시 ‘라이프’가 진행 중이다. 나뭇가지로 만든 의자처럼 보이는 작품 등이 전시돼 있는데, 동갑내기 두 작가의 나무 다루는 방식을 비교해볼 수 있어 흥미롭다. 구현모 작가와 가브리엘 봄스타인 작가는 1974년생으로 나이가 같다.

가브리엘 봄스타인이 나뭇가지에 주목한 건 잘 부러지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유약하고 일시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그가 신문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작가는 캔버스 대신 신문을 택하고선, 그 위에 언젠가는 시들 꽃, 위기에 처한 동물을 그렸다. 죽음을 환기시키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인생의 덧없음, 허무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전시는 5월 22일까지.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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