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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WKBL 총재 "7, 8구단 창단 넘어 남북리그 실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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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WKBL 총재 "7, 8구단 창단 넘어 남북리그 실현 꿈"

입력
2021.04.29 0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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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봄, 여자농구 재도약 계기 마련"
"KDB생명 해체부터 BNK 창단까지 긴박했던 순간들"
"외국인선수 폐지 리그 발전 가능성 보여"

오는 6월 첫 3년 임기를 마치는 이병완 WKBL 총재. 이 총재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여자농구가 다시 한국스포츠의 중심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WKBL 제공

오는 6월 첫 3년 임기를 마치는 이병완 WKBL 총재. 이 총재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여자농구가 다시 한국스포츠의 중심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는 2020~21시즌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정규리그 4위로 '봄 농구'에 턱걸이한 용인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에서 1위 아산 우리은행, 챔피언결정전에서는 2위 청주 KB스타즈를 연파하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다른 종목을 통틀어서도 포스트시즌 사상 최대 이변이라 할 정도의 '언더독(underdog) 반란'이었다. 의외의 결과가 속출하면서 시청률이나 인터넷상의 지표 등이 예전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병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는 "여자농구가 그동안 스포츠계 구석으로 밀려 있다가 핫한 3, 4월을 보내지 않았나.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병완 총재가 여자농구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건 3년 전이다. 전임 신선우 총재의 후임으로 선출된 이 총재는 대통령비서실장(2005~2007년)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1997년 출범한 WKBL이 정치인 총재를 맞은 건 김원길(전 보건복지부 장관), 최경환(전 경제부총리) 전 총재에 이어 세 번째다. 위기에 빠져 있던 여자프로농구계는 "힘 있고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총재"를 원했다.

지난 21일 서울 등촌동에 있는 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이 총재는 "한국스포츠에서 비중이 크고 찬란했던 여자농구가 바닥까지 와 있는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큰 불부터 꺼야 했다. 해체를 선언한 구리 KDB생명의 새 주인을 찾는 일이었다. 이 총재는 "취임한 게 7월, 시즌 시작이 10월이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금융그룹 중심 농구단에 걸맞은 한 곳과 성사 직전까지 갔는데 9월에 이르러 '총재님 죄송합니다'라고 연락이 왔다. 위기를 막기 위해선 일단 네이밍 스폰서십이라도 해서 팀을 유지시켜야겠다 생각했고, OK저축은행그룹 최윤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한 시즌을 끌고 갈 수 있었다"고 긴박했던 새 구단 창단 과정의 후일담을 들려줬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더 벌어 여자농구의 새 가족이 된 부산 BNK는 올해 2번째 시즌을 마치고 리그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 총재는 "BNK그룹 내부적으로 농구단의 가성비를 아주 높게 보고 있더라. 투자대비 성과는 세 배 이상이라고 한다. 경남은행, 부산은행 등 여러 자회사들이 금융지주 일체감을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비공식 평가 자료를 봤다"면서 "부산 경남 울산 지역 주민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취임 공약이었던 제7구단 창단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는 "BNK를 보니 지역 금융기관들이 여자농구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 생각한다"면서 "대구은행그룹, JB금융그룹 등에도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영남(경북)과 호남 팀이 창단되면 명실상부 전국적인 지역 연고 프로스포츠가 되는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나아가 '남북리그' 실현의 꿈도 놓지 않고 있다. 이 총재가 취임 직후 방문한 곳은 북한. 2018년 7월 3~6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대회를 참관했다. 이 총재는 "예전에 통일부 장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정주영 회장이 북한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하던 자리에 한 소년이 동석했는데, 그가 정 회장에게 농구전용경기장을 지어달라는 말을 했다더라"고 운을 띄웠다. 그 소년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그는 "과거 탁구, 축구가 남북 스포츠 교류의 중심이었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농구다. 정주영체육관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곳이다. 직접 가서 보니 20년이 됐는데도 새 체육관처럼 깨끗했다. 평양, 신의주를 잇는 남북리그 실현이 농구라면 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농구는 20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선수 폐지라는 대변혁을 시도했다. 이 총재는 "외국인선수는 단순히 5명 중 1명인 20%가 아니라 70% 역할을 혼자 한다"면서 "여중, 여고부 농구부가 고사 위기였다. 외국인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한 나머지 4명의 주전 사이에 들어가기는 너무 힘들고, 그러다 보니 잘하는 선수 위주로 갈 수밖에 없어 유망주 발굴과 육성은 완전히 막혀 있는 상태였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각에선 가뜩이나 인기가 하락한 농구의 '수준 저하' 문제를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WKBL에 따르면 1~5라운드 생중계 평균 시청률은 지난 시즌보다 13% 정도 늘었다. 순위 경쟁이 치열했던 4·5라운드 기준으로는 19.7% 증가했다. 시청자 증가는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에서는 더 두드러졌다.

이 총재는 "마지막 플레이오프까지 재미있었고, 새 얼굴도 등장했다. 1분 30초 뛰기 위해 몇 년을 기다렸던 식스맨들이 과감하게 활기를 불어넣었다"면서 "득점력이 떨어지고 재미 없어지지 않겠냐는 걱정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만 보면 반대의 결과였다. 장단점 파악까지 3년 정도는 지속적으로 외국인선수 없는 시즌을 치러보고 평가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박찬숙, 박정은(현 BNK 감독) 등 여자농구의 레전드들을 연맹의 요직으로 중용했다. 선수와 연맹 간의 소통을 위해서다. 그는 "이번에 35세의 김보미에게 경기운영부장을 맡긴 것도 그런 이유"라면서 "은퇴선수들이 연맹을 친근하게 느껴야 한다. 건물 1층에 여자농구인들의 카페를 만들 계획도 있다. 언제든지 와서 수다 떨고 갈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라고 했다.

오는 6월 3년 임기를 마치는 이 총재는 향후 이사회를 통해 연임이 유력하다. 3년 전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 출사표를 던졌던 이 총재의 집권 2기에 대한 여자농구계의 기대가 크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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