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부산항 기항' 英 요청 수용
中 견제 차원 순방 중 '경항모 세일즈' 목적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인 ‘퀸 엘리자베스호’가 올 하반기에 한국을 찾는다. 일본·인도·싱가포르를 비롯한 40개국 순방(총 6개월)의 일환으로, 영국 항모의 국내 입항은 1997년 이후 처음이다. 길이가 280m로 영국 국회의사당보다 긴 퀸 엘리자베스호는 '바다 위의 군사기지'로 불린다.
국방부는 26일 "한영 양국간 국방협력 증진 및 친선 교류를 위해 금년 하반기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부산항 기항 요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항모전단 방한과 관련해 철저한 방역조치를 강구한 가운데 구체적인 교류 협력 활동에 대해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등 40개국 순방... 미일 中 견제 동참
퀸 엘리자베스호의 아시아 출격은 미국과 일본의 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이다. 퀸 엘리자베스호를 필두로 한 항모전단은 일본 난세이제도 주변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군 및 일본 자위대와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항모 타격단은 퀸 엘리자베스호 외 함정 6척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1척, 헬기 14대 등으로 구성된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5일(현지시간) 순방국들을 거론하고 "중국의 확장 전략에 맞서는 서방 동맹으로 여겨진다"며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과 공동 번영을 위해 해당 지역에 더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영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과 일본은 지난 2월 외무·국방장관(2+2)회담에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영·일 3국 공동훈련 실시에 합의하면서 퀸 엘리자베스호를 파견하기로 했다.
우리 군에는 ‘경항모 세일즈’ 목적도
중국 견제 목적의 순방에 나선 퀸 엘리자베스호가 한국에 기항하는 것은 '방산 세일즈' 목적도 있다. 영국은 3만 톤급 경항모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 군 당국에 항모 기술과 노하우 수출을 위해 오래 전부터 물밑작업을 진행해 왔다.
대형 항모전단을 운용하는 미국이 아닌 영국이 우리나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 군이 도입하려는 경항모의 핵심 기술과 관련해 자국 기술이 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9만3,000톤급 니미츠호 등 대형 핵추진 항모를 주로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영국은 주로 중형급(4~7만 톤급) 이하 디젤 기반의 항모를 운용하고 있다. 영국이 31억 파운드(4조8,000억 원)를 들여 2017년 야심차게 취역시킨 퀸 엘리자베스호도 6만5,000톤의 중형급 디젤 항모다.
우리 군은 경항모에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를 운용하는 항모를 가장 먼저 만든 국가도 영국이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이번 순방에서 수직이착륙기 F-35B 스텔스 전투기 8대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이 우리 측에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은 수직이착륙기의 고열을 견디는 갑판 기술과 항모에 장착할 전투지휘체계 등이 될 전망이다. 군 당국은 지난달 '경항모 사업추진 기본전략'을 심의·의결하면서 경항모 설계와 건조는 국내 기술로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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