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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는 성별이 없다" 연구한 교수가 직접 설명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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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는 성별이 없다" 연구한 교수가 직접 설명해드려요

입력
2021.04.26 16: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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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신경과학자

다프나 조엘 교수 서면 인터뷰

남녀의 생식기는 외관부터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뇌의 특성에는 그러한 차이가 없다. 과거에는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수동적이라는 식으로 성별에 따라 뇌를 나누려는 인식이 과학계에도 있었지만 반례 연구가 축적돼 이제는 구분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세상에는 적극적이면서 공감을 잘하는 여성, 수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남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남자, 여자의 특징이라고 불려온 특성들은 무수히 많은 조합을 만든다. 사람의 뇌에는 그런 특성들이 뒤섞여 있다. 남녀 집단의 뇌를 관찰해 ‘평균치’를 아무리 찾아낸들, 개인의 뇌를 가져다 분석하면 주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남자 뇌, 여자 뇌 같은 것은 없다.

젠더 모자이크 요약·해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신경과학과에서 활동하며 뇌의 성차를 연구해온 다프네 조엘 교수는 이달 중순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에 출간된 저서 ‘젠더 모자이크’에서 소개한 자신의 연구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뇌에 성별에 따른 평균적 차이는 있다. 그러나 그 특성이 너무나 다양해서 개인의 뇌를 하나씩 관찰하면 성별을 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성별에 따른 차이는 스트레스와 약물 등의 영향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을 소개한 이후 독자들은 다양한 질문을 기사에 댓글로 남겼다. ▲젠더(사회적 성) 차이가 생물적 특성에 유래된 것이 아닌지 ▲뇌의 성차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연구가 더 많지 않은지 등등. 이에 대해 조엘 교수는 뇌는 남자와 여자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남녀 뇌의 고유한 특질이라고 여겨지던 특성들이 실은 모자이크처럼 섞여 있다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신경과학자들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다프나 조엘 교수는 '포브스 이스라엘'이 선정한 이스라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여성 중 한 명으로도 선정됐다고 출판사 한빛비즈는 전했다. 사진은 남녀의 외모가 동시에 드러나도록 분장한 조엘 교수의 사진으로 포브스 이스라엘에 실렸다. 조엘 교수는 자신의 얼굴을 통해 인간은 여성적 면과 남성적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한빛비즈 제공

다프나 조엘 교수는 '포브스 이스라엘'이 선정한 이스라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여성 중 한 명으로도 선정됐다고 출판사 한빛비즈는 전했다. 사진은 남녀의 외모가 동시에 드러나도록 분장한 조엘 교수의 사진으로 포브스 이스라엘에 실렸다. 조엘 교수는 자신의 얼굴을 통해 인간은 여성적 면과 남성적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한빛비즈 제공


‘뇌는 모자이크’ 학자 대다수 동의

조엘 교수는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촬영한 결과를 바탕으로 ‘뇌는 남녀의 것으로 알려진 특성들의 모자이크’라는 주장을 2015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2018년에는 2,000명이 넘는 사람의 뇌 구조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뒤, 전형적 남자 뇌는 전형적 여자 뇌와 다르다는 가정이 틀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성에게서 전형적으로 보인다는 뇌 구조는 남성에게도 일반적이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조엘 교수는 “뇌의 성차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신경과학자들이 모자이크라는 개념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자기 논문에 뇌는 ‘여성’과 ‘남성’ 특질의 모자이크로 이뤄졌다고 기술하며 자신들의 연구에 적용해왔다”고 주장했다.

반대파가 새 논리 내놓기도

이러한 의견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존재한다. 조엘 교수는 “제 연구를 비판하는 적은 수이지만 목소리가 큰 반대자들이 있다”면서 “불행히도 이들은 우리가 밝힌 ‘과학’에 대응하지 않고 남녀의 두뇌에 중대한 차이가 있을 거라는 자신들의 굳은 믿음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조엘 교수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변화는 우리의 2015년 연구에 대한 대응으로 반대 연구자들 중 새로운 주장을 하는 사람이 생겨났다”면서 “이들은 두뇌 구조를 보고 그 뇌를 가진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예측할 수 있는 확률이 우연 수준 이상이라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남녀 뇌의 기본값 따지기 어려워

일부 독자는 스트레스나 다른 조건이 뇌에 영향을 미치기 이전에 남자 여자의 고유한 특성, 기본값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조엘 교수는 “동물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임신 중인 엄마 쥐에게 실험적 조작(스트레스 등)을 가하면 아기 쥐 뇌의 성별을 바꿀 수 있었다”면서 “호르몬과 같은 성별 관련 요인들과 환경의 상호작용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되고 우리는 이미 환경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조엘 교수는 “인간의 신생아 두뇌는 남자 아기의 뇌가 조금 더 크다는 것 이외에는 성별 차이를 전혀 보이지 않는데 차이는 살아가면서 생겨나고, 이는 환경이 성별 관련 요인과 상호작용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0개 변수만 고려해도 1024개 조합

남자는 공감각이 뛰어나고 여자는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는 댓글의 의견에 대해 조엘 교수는 “10개 변수만 고려해도 1,024개의 조합이 가능하다”면서 “남성적 또는 여성적 특징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며 사람들 대부분은 남녀 유형의 특징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프나 조엘 교수는 뇌의 성차를 연구한 결과, 그러한 차이가 남자 뇌, 여자 뇌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남녀의 뇌는 파랗거나 빨갛다기보다 두 색의 타일이 섞인 모자이크와 같다는 이야기다. 한빛비즈 제공

다프나 조엘 교수는 뇌의 성차를 연구한 결과, 그러한 차이가 남자 뇌, 여자 뇌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남녀의 뇌는 파랗거나 빨갛다기보다 두 색의 타일이 섞인 모자이크와 같다는 이야기다. 한빛비즈 제공


생물적 차이와 젠더의 연관성 알 수 없지만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서 젠더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독자의 의견에 대해서 조엘 교수는 그러한 연관성에 왜 신경을 써야 하냐고 반문했다. 성별에 따라서 사회적으로 다른 역할을 요구 받는 사회에서는 언제나 고통 받는 개인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사회를 없애려면 결국 젠더를 타파해야 한다고 조엘 교수는 젠더 모자이크에서 주장했다. 예컨대 여자 중장비 기사, 남자 보육교사가 생물학적 특성과 젠더가 관련이 있다는 주장 때문에 편견에 시달리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엘 교수는 “젠더가 생물학적 차이에서 왔는지 아닌지 저는 모른다”면서 “지난 세기 동안 교육과 직장에서 성별/젠더 차이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현재의 젠더가 생물학적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증명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똑같은 인간으로 대한다면 그게 왜 중요한가?

그러나 조엘 교수는 이어서 “다시 말해서 (젠더 개념이 없는 가상의) 젠더 프리(gender free) 사회에서 여성 성기를 가진 인간과 남성 성기를 가진 인간 사이에 평균적 차이가 있을지 저는 알 수 없다. 차이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것은 젠더 프리 사회에서는 누구도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왜 신경 써야 하는가?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그것이 어떤 성기를 가진 사람이 더 좋아하는 것이라는 게 왜 중요한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도 할 수 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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