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12개 군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해제 등 적용
경북 경산·경남 김해 진주 사천시 등 격상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1단계를 시범 적용한 26일 경북 청도군의 한 카페. 사적모임 제한이 없어지자 카페는 밀려든 손님들로 북적였다. 6명 이상 단체손님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빈자리가 많았던 지난주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최모(45ㆍ대구 수성구)씨는 “오랜만에 친구 '5명'과 함께 점심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군에서 한우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도 “사적모임 제한이 없어지니 지난주보다 손님이 40% 늘었다”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경북의 12개 군을 대상으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1주일간 시범적용하기로 했지만 ‘방역 구멍’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근 지자체 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기준 적용이 달라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는 데다, ‘원정 모임’을 통해 방역기준이 완화된 곳에서 감염된 이가 원래 자신이 살던 곳에서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6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다음 달 2일 자정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1단계가 시범 적용되는 곳은 군위와 의성, 청송, 영양, 영덕, 청도, 고령, 성주, 예천, 봉화, 울진, 울릉군 등 12곳이다. 모두 인구가 10만 명 이하인 지역으로, 인구밀도가 서울의 0.3% 안팎에 불과하다. 감염 확산 위험이 적다고 판단한 방역당국이 새로운 거리두기 방안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은 종전 5단계(1→1.5→2→2.5→3단계)를 1~4단계로 줄인 게 특징이다. 이들 지역에 적용했던 1.5단계와 비교하면 우선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해제된다. 행사?집회금지 기준은 100인 이상에서 300인 이상으로 완화되고, 종교활동 허용 좌석수도 전체의 30%에서 50%로 확대했다. 종교단체가 주관하는 모임?식사?숙박도 '금지'에서 '자제'로 기준을 낮췄다.
그러나 벌써부터 엇박자가 나고 있다. 사적모임 인원수 제한 해제 조치만 해도 의성, 영덕, 예천, 봉화, 울진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8명까지만 사적모임을 허용하도록 했다. 의성과 예천 등 일부 지역에선 정규 예배를 제외한 종교단체 주관 모임?숙박도 여전히 금지한다. 같은 방역 기준을 내렸는데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른 기준을 적용해 방역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들 12개 군은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적을지 몰라도 당장 다른 지자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전체 확진자 210명 중 절반에 가까운 84명이 이달 발생한 경남 사천시는 이날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에서 2단계로 높였다. 진주시 역시 이날 종료 예정이던 2단계를 일주일 더 연장했다. 김해시는 오는 27일 0시부터 2단계로 격상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감안한 조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일부 지역의 거리두기 완화는 방역 긴장감을 낮추고, 방역기준이 완화된 곳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원정 모임?회식 등 활발한 지역 간 이동으로 또 다른 감염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단 얘기다. 청도군 관계자는 “대구, 경산 등 다른 지역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방역 수칙 준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청도군은 250만 명이 사는 대구, 27만 명의 경산시와 맞닿아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