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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살포는 미덕”… 축구판 뜨겁게 달군 ‘완장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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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살포는 미덕”… 축구판 뜨겁게 달군 ‘완장 쟁탈전’

입력
2021.04.26 1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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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 흥행


울산 구단이 21일 울산 문수경기장에 부착한 마스코트 반장선거 후보 미타 포스터. 울산=김형준 기자

울산 구단이 21일 울산 문수경기장에 부착한 마스코트 반장선거 후보 미타 포스터. 울산=김형준 기자

축구계에 금권 선거가 판치고 있다. 당선 시 보쌈 100세트를 쏘겠다는 후보부터, 고당도 감귤이나 샤인머스켓 같은 값 나가는 연고지 특산품을 쏘겠다고 공약한 후보도 있다. 축구공을 뿌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분위기를 살려보겠다며 ‘특별재난지원공’을 장전한 후보까지 등장했다. 언뜻 봐선 제재가 필요해 보이지만, 주최측인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되레 “금품 살포를 환영한다”며 손을 놓고 있다.

올해로 두 번째 실시되는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가 점입가경이다. 19일 후보자공고 및 선거운동 개시 이후 주말 홈경기부터 홍보전이 과열 양상을 보였고, 24일부터 시작된 투표 열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11라운드 현장에선 포스터를 제작하거나, 마스코트들이 경기장을 전부 돌며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명함이나 전단을 돌리는 오프라인 선거운동은 기본,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에도 불이 붙었다.

지난해 수원삼성의 아길레온이 대구의 리카를 근소한 차로 물리치고 반장에 뽑힌 이후 각 구단들은 1년여 동안 물밑에서 2회 마스코트 반장선거를 벼르고 있었다. 전북(나이티)과 울산(미타), 충남아산(티티) 등은 이전 마스코트를 대신해 새로운 마스코트를 내놨고, 기존 캐릭터를 개편하는 작업을 통해 팬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애썼다. ‘펭수’의 사례처럼 의인화 하거나 다양한 그래픽 또는 굿즈로 제작해 팬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올해 공약은 더 다채로워졌다. 인천 마스코트 유티는 같은 연고지에 새로 생긴 프로야구팀인 SSG 랜더스 마스코트 랜디를 ‘쓱(SSG)’ 데려오겠단 공약을 폈고, 전북 나이티는 마스코트 운동회, 마스코트 댄스 배틀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른 마스코트들의 사전동의를 얻진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뒤 안 가리고 일단 완장부터 달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수원FC 장안장군은 안지현 치어리더, 제주 감규리는 지다혜 리포터 등 ‘인간계’ 지지를 얻고 출발하는 전략을 짰다.

“족보 없는 마스코트는 가라”고 엄포를 놓은 포항 쇠돌이, 일부 후보를 ‘외래종 생태계 교란 세력’으로 규정한 채 “울산 호랑이로 토종 근본을 다지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울산의 미타 등 네거티브 운동을 서슴지 않는 이들도 있다. 강원 강웅이는 “이영표 대표이사 사인을 한 장씩 다 받아주겠다”며 포퓰리즘 공약도 내걸었다. 서울이랜드의 레울은 같은 팀 마스코트인 레냥과 자체경선을 치러 출마했고, 충남아산의 티티도 지난해 선전했던 붱붱이와 단일화했다.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페이지 캡처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페이지 캡처

실제 공직자 선거와 달리 투표 사이트(https://event.kleague.com) ID당 1일 1회 투표가 가능한 데다, 유권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1회 선거 때마다 꼭 3개 마스코트에 투표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구단 외에도 매력 있는 마스코트를 뽑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선거 마감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5월 4일 오전 10시로, 결과는 이날 오후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 개표방송’을 통해 발표된다. 마지막까지 최다 득표를 얻는 주인공이 1년간 ‘완장’을 찬다.

장점이 많지만 일부 구단들은 형평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마스코트의 경쟁력에 앞서 팬덤이 큰 구단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하위 구단은 마스코트조차 만년 하위로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이날까지 득표 선두는 지난 시즌 반장 아길레온이 차지했고, 2위 나이티, 3위 쇠돌이, 4위 리카 등 인기구단 마스코트들이 뒤를 이었다. 이 관계자는 “선거의 취지는 좋지만 뒤로 갈수록 격차가 벌어져 홍보 동력을 잃게 된다”며 “다양한 타이틀을 만들어야 이 선거의 흥행이 유지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선거기간 중 홈 경기가 많은 구단이 홍보 기회도 많아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운동 기간을 늘리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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