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기 개인전 'I'm not a stone'
갤러리현대서 5월 30일까지

1983년 박현기 작가가 수화랑에서 가진 개인전에서 나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현대 제공
약 40년 전 박현기는 바닥에 놓인 돌들 사이를 누비며 돌아다녔다. 헐벗은 채로, 등에 ‘I’m not a stone(나는 돌이 아닙니다)’이라고 적고선. 1983년 수화랑 개인전에서 펼쳐진 그의 파격적인 퍼포먼스는 현재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현대 전시실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박현기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또 다른 개인전 ‘I’m not a stone’이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까닭이다. 화면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그와는 달리, 강가의 돌은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와 관객들로 하여금 사물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가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끊임 없이 탐구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박서보, 하종현 등 단색화 거장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작가는 새로운 시도에 목이 말라 있었다. 작가의 동료였던 신용덕 미술평론가는 “윗세대와는 전혀 다른 것을 해보겠다는 뜻이 컸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돌로 설명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실재 돌 사이 사이에 인공 돌을 넣어 쌓은 탑, 돌 위에 TV를 쌓은 탑 등 ‘돌탑’이 가장 많이 눈에 보인다. 1978년 개인전에서 돌탑 작품을 처음 선보인 작가는 이후 계속해서 돌을 주된 재료로 사용한다. 사람들이 염원을 담아 돌탑을 정성껏 쌓는 행위를 인상 깊게 여겼기 때문이다.
전시장 1층에 놓인 세 덩이의 나무 구조물은 1986년 목재를 조립해 만든 작품이다. 위에서 보면 순서대로 A, R, T, 그러니까 ART(예술)의 모양을 하고 있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인간을 둘러싼 환경 자체가 예술에 포함돼야 한다는 작가의 철학이 담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박현기 작가의 만다라 시리즈 중 일부. 갤러리현대 제공
작가는 사실 ‘한국 비디오아트 선구자’로 보다 더 잘 알려져 있다. 2층에서는 비디오아트의 정수로 평가 받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만다라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만다라 시리즈는 성 행위 장면과 부처 등 종교적 이미지를 교차 편집한 영상 작품이다. 디지털 영상 편집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1980~90년대 이 같은 시도를 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준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