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댓글 차단하는 대신 되레 피해자 내쫓아
'성차별' 항의에 “대립 부추기는 유해 콘텐츠"
中정부도 반체제 세력 낙인 찍어 백래시 강화
‘웨이보’ 등 이용자가 많은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들이 페미니스트를 내쫓고 있다. 시끄럽게 만들었다며 혐오 댓글은 놔두고 도리어 게시물을 올린 피해자의 계정만 삭제하는 식이다. 여성운동 진영을 ‘반체제’ 세력으로 낙인 찍는 중국 정부도 ‘페미니즘 백래시(반발)’ 분위기 강화에 일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대표적인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가 최근 2주간 15개가 넘는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계정을 잇달아 삭제했고, 영화 리뷰 플랫폼 ‘더우반’도 최소 8개의 여성주의 이슈를 다루는 그룹을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단초는 중국에서 유명한 페미니스트 활동가 샤오 마일리가 지난달 웨이보에 올린 경험담이었다. 그가 방문한 훠궈(얇게 썬 고기를 채소와 함께 육수에 넣어 살짝 익혀 먹는 요리) 식당은 흡연이 금지된 곳이었지만,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샤오는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그에게 요청했고, 화가 난 그 남성은 뜨거운 액체가 담긴 컵을 샤오와 그의 친구들을 향해 던졌다. 샤오는 그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글과 함께 웨이보에 게시했다.
반응은 비난 일색이었다. 인신공격성, 협박성 댓글이 수천개나 달렸다. 한 이용자는 ‘홍콩을 위해 기도하라’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2014년 당시 샤오의 사진을 찾아내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전형적인 백래시였다.
그러나 뜻밖에 웨이보가 막은 것은 폭력적인 댓글이 아니었다. 홍콩 관련 내용이 댓글로 올라오자 기다린 듯 샤오 계정은 물론 그를 지지하는 다른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의 계정까지 줄줄이 정지시켰다.
샤오는 웨이보에 항의했다. 계정 차단에 성차별적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웨이보는 13일 성명을 통해 해당 게시물이 “집단 간 대립과 불매 운동을 부추기는 불법적이고 유해한 콘텐츠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분명 이중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게 페미니스트들의 확신이다. 중국 남성의 멸칭인 ‘국남’(國男)은 보이는 족족 차단하면서 강간 협박이나 여성 비하 욕설은 제재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계정이 삭제된 페미니스트 정추란은 웨이보에 등장한 모욕적 표현을 여러 번 플랫폼 측에 신고했지만 제재 조치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NYT에 말했다.
이런 행태는 중국 정부의 반체제 사회 운동 탄압과도 맥락이 닿는다고 NYT는 지적한다. 2015년 대중교통 내 성추행 규제 캠페인을 벌인 페미니스트 4명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구속된 적이 있는데 ‘반체제’는 당국 정책을 비판하거나 거기에 반발하는 사회 운동에 찍히는 낙인이고, 소셜 미디어에서 팔로어를 늘리며 영향력을 키워 가는 페미니스트들은 중국 정부가 주시하는 불온 세력이다. 홍콩 민주화 옹호자로 지목돼 낭패를 본 샤오 사례에서 잘 드러나듯 이들을 향한 백래시는 곧잘 ‘분리주의자’라는 매도를 앞세워 여성들의 목소리, 나아가 생명을 위협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중국 여성들의 소통 창구가 사라지는 것도 페미니스트 견제의 부정적 부작용이다. 중국 여성 인권 운동가 루 핀은 NYT에 “중국 여성들이 온라인에 접속하는 건 설움을 배출할 수 있는 통로가 없기 때문”이라며 “가정 폭력이나 이혼, 직장 내 성차별 등 관련 일화나 생각을 중국 여성들이 공유하는 사실상 유일한 창구가 바로 소셜 미디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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