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조정 협조 거부… "민주주의 폭파 안돼"
여야 상원 양분 구도서 사실상 '캐스팅보트'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미국 경제를 키우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목을 또 다른 ‘조’가 잡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이다. ‘바이든표 뉴딜(대공황 극복을 위해 1933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시행한 경제 부흥 정책)’ 일환인 초대형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 법안의 여당 강행 추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거듭 분명히 했다.
맨친 의원은 2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 방침을 천명한 2조2,500억달러(2,540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 법안보다 더 작고 더 목표에 초점을 맞춘 법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 조정 절차를 이용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민주당 방안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존 거부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공화당이 반대 중인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예산 조정 절차를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원이 주요 법안을 처리하려면 통상 60표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국가 예산과 관련한 법안은 예산 조정권 발동 시 단순 과반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상원이 정확하게 양분된 상태인 만큼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 민주당 단독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인 공화당의 역제안은 환영했다. 협상을 위한 좋은 출발이라며 “그들이 그것을 해서 기쁘다”고 했다. 최근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법안의 4분의 1 수준인 5,680억달러(63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 대안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도로와 교량ㆍ철도, 초고속 통신망, 대중교통, 상하수도 등 전통적 기반시설에 투자하는 방안이 담겼고, 노인ㆍ장애인 복지나 학교ㆍ보육시설 투자 등은 빠졌다.
맨친 의원은 자신이 민주당 입법 활동에 걸림돌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나는 전혀 장애물이 아니다”라며 “상원이나 우리 민주주의, 공화국을 폭파하는 데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트버지니아주(州)가 지역구인 맨친 의원은 민주당에서 가장 보수적인 인물로 꼽힌다. 민주당 의원이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상원 구도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는 부통령이 아니라 맨친 의원이다. “백악관에 있는 건 바이든이지만 실질적 미 대통령은 이 사람”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촌평했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2016년과 지난해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바이든을 42, 39%포인트 차이로 눌렀을 만큼 보수색이 짙은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주지사를 지내고 3선까지 성공한 독특한 위상에서 그의 힘이 나온다는 분석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